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했지만 2,000선 안착에 이어 강하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비롯해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코스피는 오전 11시 현재 전날 종가보다 13.26포인트(0.66%) 하락한 2,001.36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작년 8월 이후 6개월만인 지난 8일 2,000선을 돌파해 9일에는 2,010선까지 회복했다.

별다른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지수가 조정을 받는 것은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당분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2,000선에 안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보통 주가가 5일 정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안착했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000선을 넘은 것은 이틀밖에 안 된다.

코스피는 전날에는 장중 1,970선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코스피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 과열 부담이 생길 때마다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상승 탄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열 부담으로 매물이 나올 가능성 외에도 코스피의 조정 요인이 될 변수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다.

그리스 정치권이 9일(현지시간)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기 위한 긴축 방안에 합의했지만 디폴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치권이 합의에 성공했지만 연금 삭감 방안을 둘러싼 이견은 아직 남아 있으며 합의 내용이 의회 승인을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노동계가 긴축 방안에 항의해 파업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국내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수급 면에서도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옵션만기일인 전날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가 3천562억원에 그쳐 시장에 충격을 주지 못했지만 청산되지 않은 물량이 향후 매물로 나올 수 있다.

동양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2월 옵션만기일에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3월 만기를 앞두고 청산될 수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한두 달새 유입된 규모만 6천억원을 넘는다"며 "외국인 선물 매매로 베이시스(현ㆍ선물 가격차)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불안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어 코스피가 앞으로도 단기 조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으로 공급된 유동성이 증시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ECB는 이달 말에는 2차 장기 대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도하는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유동성 환경이 이달까지는 계속 양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이영재 기자 kaka@yna.co.kr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