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것이 지난해 3월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 일이라고는 선거구를 계산 속에 따라 떼고 붙이는 게리맨더링이었을 뿐, 모든 정치 개혁 현안들은 한걸음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소위 석패율제로 불리는 지역구 결합 비례대표제는 여야 간사가 합의까지 봤지만 민주통합당이 총선 야권연대의 대상인 통합진보당 눈치를 보면서 일찌감치 도입이 무산되고 말았다. 국민참여 경선(오픈프라이머리)도 선거구 획정에 발목이 잡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모바일 투표와 SNS를 이용한 당일 선거운동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전당대회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돈봉투 선거를 막아보겠다던 공언 역시 공수표가 됐다. 재외국민투표 제도는 전혀 정비하지 못했고, 중선거구제 도입, 지구당 부활 등은 장단점조차 따져 보지 못했다. 개혁 의지는 애초 존재하지도 않았고 정치 셈법만이 남아 있는 곳이 정개특위였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거둬들이기는 했지만, 사실상 돈봉투 전당대회를 합법화하는 정당법 개정안에는 순식간에 초당적 합의를 이뤄낸 신속정확한 정치인들이다.

서로 밀고 당기다가 아무도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밀실야합을 이뤄온 것이 선거구 획정이고, 이를 위해 때만 되면 개혁이란 팻말을 내걸고 시끌벅적하게 출범했다 슬그머니 사라져온 것이 정개특위다. 한때 기업은 2류, 관료와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했다. 지금 2류 기업이 4류 정치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재벌을 불러내 두들기면서 정치개혁은 은폐하고 빠져나가는 것이 정치권의 화려한 양동전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