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60시간 허용하는데 현대차 52시간에 묶일 판
정부가 휴일근무를 법정 허용 근로시간(주당 52시간)에 포함시킬 경우 현대자동차 근로자는 경쟁 상대인 도요타자동차보다 적게 일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의 경우 노사 합의에 따라 근로자가 주당 최대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반면 현대는 52시간으로 제한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놓고 정부와 업계 간에 적잖은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후지이 히데키 도요타자동차 미디어담당 부장은 도요타의 교대근무제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27일 도요타 본사를 방문한 기자에게 “도요타는 노사협정에 따라 월간 최대 90시간, 연간 최대 720시간까지 잔업이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잔업시간은 노동기본법 ‘36협정’(36조)에 따라 정해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노동기본법 36조는 잔업을 시킬 수 있는 기준과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은 채 ‘특별한 이유 혹은 중단할 수 없는 때 허용할 수 있다’고 다소 애매하게 표현하고 있어 기업들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도요타 노사협정에도 월 최대 45시간, 연 최대 360시간의 잔업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노사 사전협의를 통해 월 45시간, 연 360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잔업 한도 시간을 월 최대 90시간, 연 최대 720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는 이 조항에 따라 주문 물량이 몰려들 경우 주당 평균 60시간25분(법정 내 소정근로시간 37시간55분+잔업 22시간30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실제 근로시간은 현대차보다 짧지만 작업 물량이 많을 때는 잔업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 정부는 휴일근무 시간을 주당 한도인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잔업 12시간)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현재 현대차 근로자들의 휴일근무 시간은 평균 주당 14시간 정도다. 이에 따라 실제 근무시간은 주당 66시간 정도지만 휴일근무가 작업 허용시간인 52시간 규정에 묶이면 근로자들의 작업시간은 도요타의 60시간25분보다 많이 줄어든다. 이는 국제 경쟁에서 심각한 취약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고용창출에 집착해 무리하게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결국 우리 기업을 죽이는 꼴”이라며 “도요타처럼 노사가 서로 협의해 잔업시간을 결정하도록 유도해야 기업이 그나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아이치현)=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