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문제 해결없이 '말의 성찬' 그쳐
자본주의 문제 해결없이 '말의 성찬' 그쳐
스위스 다보스에서 ‘대전환, 새로운 모델의 형성’을 주제로 열린 2012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닷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9일 폐막했다. 회의 시작과 함께 자본주의의 위기와 한계에 대한 자기반성이 쏟아졌지만 “성장 없이는 위기 해결이 어렵다”는 현실적 대안론이 후반부로 가면서 힘을 얻었다. 다만 포럼이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화려한 ‘말의 성찬’에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보스포럼이 유럽 위기의 성토장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폐막 하루 전날 공개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성장은 고용과 유럽 국가들의 재정 통합, 가치 창출 등 여러 측면에서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실업,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서구사회뿐 아니라 이머징 국가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0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청년실업 완화를 위해 220억유로를 회원국에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된다고 보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법을 놓고 벌어진 정상들 간 신경전은 포럼 내내 계속됐다. 개막 연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다”며 유럽기금에 대한 추가 출연을 거부하면서 선제 공격을 하자 반박 의견이 연일 꼬리를 물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어떤 나라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야 하지만 여유가 있는 나라들은 나머지 회원국들을 도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후루카와 모토히사 일본 경제재정상도 “유럽 스스로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신흥국들은 IMF를 통한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WSJ는 “산업계·금융계·학계 수장들이 다보스에 모여 유럽 위기를 논의했지만 가치 있는 조언은 내놓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며 “과거의 다보스포럼답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