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관 차익매물, 유럽 위기 우려로 녹록지 않아

코스피지수가 상승 행진을 이어가 30여 포인트 앞둔 2000선을 회복할 수 있을까.

29일 증권업계에선 이번주 코스피지수의 상승세가 둔화돼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단숨에 2000선에 안착하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란 분석이다.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설 연휴 이후 사흘간 14.94포인트(0.76%) 올랐다. 전주의 오름세를 지속했지만 상승 탄력이 눈에 띄게 약화된 모습이었다. 개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장중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12거래일째 이어진 외국인의 '사자' 기조가 지수를 지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럽 금융권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에 힘입어 유럽 국채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 등 외국인 매수세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G2(미국·중국) 정책 모멘텀 기대 등이 부각, 위험 자산으로 유동성이 일부 돌아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ECB의 유동성 공급을 바탕으로 유럽 국채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들의 정책 기조가 점차 변화되고 있어 낙관적인 기대가 높아졌다"며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상향 돌파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 역시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단숨에 박스권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시점이라고 풀이했다.

당분간 코스피지수가 개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칠 전망이고, 마디지수인 2000선과 작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인 8월5일 하락갭 구간(1965~2015) 저항 역시 증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월 강세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장기 추세의 상승전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2000선 안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위험지표가 지난해 8월 이전수준으로 회귀했지만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개월 만에 200일 이동평균선(1955)을 넘어섰다"며 "새로운 상승국면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박스권 상단의 저항력과 200일 이평선의 안착과정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고, 최근 스토캐스틱, 이격도 등 일부 기술적 지표들이 단기 과열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대규모 국채 만기에 대한 부담감, 포르투갈로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전이 가능성 등 유럽 재정위기 불확실성 요인들이 오는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담으로 말미암아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승진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과열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박스권 하단을 높이고 상단 돌파를 타진하는 정도의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를 염두에 둔 시장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관심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 등 경기민감주가 꼽혔다.

조용현 팀장은 "실적과 외국인 지분 변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고려하면 다음달엔 IT(반도체, 하드웨어), 화학, 유틸리티 등의 업종 비중확대를 제안한다"며 "조선, 음식료 등의 업종은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박해성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유럽 노이즈로 인한 흔들림은 주식 비중 확대 기회"라며 "경기선행지수 반등 및 재고 재구축 기대감 형성 시에 주목 받을 수 있는 전기전자, 화학, 은행 업종과 함께 중국에 대한 기대를 고려한 철강, 시장의 추세적 상승과 올해 성장 가능성을 감안한 증권, 방산, 발전설비 업종의 비중 확대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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