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기업 인사는 말 그대로 ‘복마전(伏魔殿·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이었다. 특정 응시자에게만 유리하게 평가하거나 자격 조건도 안 되는 지방자치단체 간부의 자녀를 뽑는 등 특혜 채용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12월에 걸쳐 청렴도 평가 점수가 낮은 14개 지방 공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인사 비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불공정 행위 22건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국정 기조로 내걸었지만 이를 비웃듯 지방 공기업에서는 인사 비리가 만연했다.

권익위가 공개한 지방 공기업 특혜 채용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서울 A구·인천 B구 시설관리공단 인사 담당자는 기간제 근로자를 뽑으면서 딱 3일만 홈페이지에 모집공고를 내고 지인들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 구색을 갖추면서도 경쟁률을 낮추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다. 결국 모집자와 응시자 수가 같아 전원 합격했다. 서울 C구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서류전형 기준에 예년에 없던 봉사활동 항목을 새로 추가하고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흘렸다.

정보를 제공받은 문모씨와 김모씨는 채용공고 직전 집중적으로 봉사활동을 했고 결국 지난해 최종 합격했다.

해당 지자체에서 압력을 넣은 사례들도 대거 적발됐다. 부산 A군 도시관리공단은 군 의원의 아들인 계약직 이모씨를 정상적인 채용 과정 없이 정규직으로 선발했다. 충남 A시 시설관리공단은 시 정부의 요청을 받고 팀장급 지원 자격 요건을 ‘A시 소속 6·7급 공무원’으로 한정했다. 결국 A시 6급 공무원 2명이 최종 합격했다.

경기 B시 도시개발공사는 일반직 6급 경력사원을 뽑으면서 경쟁률이 44 대 1에 달할 정도로 높았는데도 응시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B시청 국장 딸 김모씨를 뽑았다.

공기업 직원들끼리 내부 인원이나 가족을 특채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 C구 시설관리공단 경영지원팀장 박모씨는 자신의 부인을 별다른 채용절차 없이 9급 직원으로 뽑았다. 경상남도 A시 시설관리공단은 기능직 10급 공개채용 경쟁률이 30 대 1을 넘었는데도 인사규정상 꼭 하게 돼 있는 필기시험을 없애고 기존에 일하던 일용직 2명을 뽑았다. 울산시 A군 시설관리공단은 계약직 최모씨를 일반직으로 특채하기 위해 별도의 인사사무 처리 지침까지 만들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