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기술상] 최우수상 - 양인근 대한항공 무인기사업부 차장
“무인항공기는 항공 기술과 통신 기술이 결합된 대표적인 미래 정보기술(IT)융합 산업입니다. 민간 시장은 물론 군수 시장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제11회 으뜸기술상 최우수상을 받은 양인근 대한항공 무인기사업부 차장(48)은 “지난 20여년간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독식해온 무인항공기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으뜸기술상 심사위원들도 국내기술로 해외 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만한 제품을 개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에 상을 받은 기술 제품은 ‘KUS’ 무인항공기다. 엔진과 일부 센서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비를 국산화했다.

양 차장이 속한 대한항공 무인기사업부는 2007년 근접감시 무인항공기인 KUS-7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무인항공기 KUS-9을 개발했다.

무인항공기는 군사용 정찰기로 사용할 수 있고 민간 분야에서도 산불 및 해안 감시, 지도 제작, 방송 촬영, 기상 측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3월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사고 현장을 조사하는 데 무인항공기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위치 경로를 정찰하고 탑승 차량을 공격한 것도 미국의 군사용 무인항공기인 ‘프레데터’였다.

양 차장은 1990년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에 입사, 5인승 경항공기인 ‘창공-91’과 조종 시뮬레이터 개발에 참여해왔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인항공기 연구·개발을 위해 2005년 5명이던 연구인력을 올해 160명까지 늘렸다.

양 차장은 “무인 항공기는 지루하고(dull),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3D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장비로 탑승 조종사가 필요없기 때문에 인명피해 우려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최근 스마트전 대비 차원에서 군사용 무인항공기 개발이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세계 무인항공기 시장은 4조8550억원 규모로 작년보다 10%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아직 초기 시장형성 단계다.

그가 개발에 참여한 KUS-9 무인항공기 크기는 길이 3.4m, 무게 150㎏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0㎞, 한 번 이륙하면 하늘에 8시간 머물 수 있다. 미국의 경쟁제품인 ‘쉐도우200’보다 체공시간이 세 시간 길다. 지상과의 통신거리는 80㎞이고 감시거리는 주간 5.5㎞, 야간 9.2㎞에 달한다. 비행기와 지상 통제소를 연결해주는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통해 무인항공기에서 찍은 사진이나 화면은 실시간으로 지상에 전송된다.

양 차장은 “우리나라는 산악 지형이 많은 탓에 무엇보다 무인항공기와 지상 통제소 간 원활한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통신기술이 중요하다”며 “무인항공기와 함께 중계기 등 통신시스템 개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KUS-9은 활주로 없이도 발사대로 이륙시킬 수 있고, 별도의 착륙시설 없이 그물망으로 회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양 차장은 “그동안 개발된 국산 무인항공기에 비해 무게를 절반으로 줄였다”며 “가격도 30%가량 싼 150억원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무인항공기 기술의 관건은 비행기 동체의 정확한 제어 여부다. 무인항공기 움직임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자칫 큰 사로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KUS-9은 날개 좌우측에 4개, 꼬리쪽에 3개 등 총 7개의 조종면을 가지고 있다. 지상통제소에선 이 조종면을 움직여 비행기의 방향을 틀거나 고도를 조절하게 된다. KUS-9은 이 조종면이 1~2개 고장이 나도 나머지 조종면을 가지고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국내 기술이 적용됐다. 비행기 인공 센서가 스스로 영상을 확인해 착륙 장소로 자동 접근하는 기술도 처음 개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KUS-7과 KUS-9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무인항공기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무인기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