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포기 1000원 밑으로
산지에서 폐기 작업이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배추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당 도매가격이 올 들어 처음으로 300원 아래로 내려갔다. 재배면적 증가와 기상 호조로 출하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보통 한 포기가 3.3인 점을 감안하면 포기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13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배추 상품(上品) 1은 평균 290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에 비해 15.4%, 3개월 전에 비해선 73.6% 떨어진 가격이다. 작년 같은 시점(1164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가격이다.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소매가격도 크게 내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3.3㎏ 내외인 배추 한 통 가격은 950원 선에 팔리고 있다”며 “작년 이맘때의 가격 2880원에 비해 67%가량 싸졌다”고 말했다.

무값도 마찬가지다. ㎏당 평균 도매가격은 310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1년 전에 비해서도 73% 이상 하락했다. 이날 이마트 판매가도 개당 1280원으로 작년보다 44.3% 떨어졌다.

배추와 무 가격의 급락세는 무엇보다 생산물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달 배추 출하량은 작년 12월에 비해 47%, 무 출하량은 43%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배추 출하면적이 작년에 비해 26% 늘어나고, 지난 9월 이후 기상여건 호조로 가을배추 작황도 크게 좋아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월동무 재배면적도 최근 10년 새 가장 넓은 4192㏊에 달할 것으로 이 연구소는 전망했다.

농협 관계자는 “올 가을배추 전체 물량은 167만여t으로 작년보다 30만t 이상 많이 생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무 생산량도 68만여t으로 작년에 비해 9만t 정도 증가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취해진 산지 폐기작업이 지연된 것도 최근 가격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부터 배추 8만t과 무 2만t에 대한 폐기에 들어가 지난주까지 목표물량의 70~80%가량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장시즌이 지난주 마무리되면서 나머지 물량의 폐기 효과는 반감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다 ‘남도장군’ 등 장기간 배추밭에 심어놓아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품종의 배추가 주산지인 해남 등을 중심으로 다량 재배되면서 대기 물량도 풍부하다고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했다.

당분간 배추와 무값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소는 “내년 1월 배추 출하면적은 올 1월에 비해 10% 증가하고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30% 이상 늘어나 내년 1월 배추 출하물량은 45%가량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종가집’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상F&F와 ‘양반김치’를 판매하는 동원F&B 등 포장김치 업체들은 가격이 폭등했던 작년과 달리 원가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