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5일 공동안 마련해 9일 EU 정상회의서 제시
유로존 재정 위기 돌파구 기대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

유로존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재정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정통합은 독일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강력한 시장개입과 유로본드 도입을 거부해온 원칙론을 접을 수 있는 명분이라는 점에서 유로존 위기 극복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 독.불 재정통합 공동안 제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일(현지시간) "우리는 재정통합을 논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정통합을 창출하기 시작했다"며 재정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적어도 유로존 국가들에 대해선 엄격한 규정을 지닌 재정통합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몇달 전만 해도 올 연말에 재정통합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면 미친 사람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 이 문제가 지금 의제에 있다.

물론 넘어야할 어려움들이 있지만 재정통합의 필요성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재정통합 구상과 관련,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새로운 `안정 및 성장 협약'을 위반한 회원국들을 처벌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재판부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인사들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또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프로그램이 "올 연말까지" 가동되기를 바란다고 언급, 재정통합을 규정한 유로존 별도의 조약 시행 시기를 올 연말로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녀는 오는 9일 EU 정상회의에서 EU 차원의 조약 개정 변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안정이 시급한 유로존만의 별도 조약도 "차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전날 프랑스 툴롱에서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을 통해 "프랑스와 독일이 함께 새로운 (유럽의) 미래를 보고 있다"며 재정통합을 밀고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독일과 프랑스의 분열은 유럽 전체의 분열과 약화를 초래했다"며 위기 해결책 마련에서 드러난 양국의 이견을 인정했다.

그는 "앞으로 유로존 내 어떤 국가의 대출에서 단 1센트도 잃지 않을 것이다.

이는 신뢰의 문제"라며 "이게 바로 프랑스와 독일이 보다 엄격하고, 보다 통합돼 있으며 경제 가버넌스에 의해 보다 책임있는 방향으로 EU 조약을 고치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오는 5일 메르켈 총리와 만날 것이고 유럽의 미래를 보장하는 프랑스-독일 공동의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오는 5일 회동해 유로존 재정통합 공동안을 마련한 다음 오는 9일 예정된 EU 정상회담에서 제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강제적 규정과 제재 도입 = 현재 유로존에는 단일통화인 유로화와 단일 중앙은행인 ECB가 존재한다.

지금의 유로존은 `통화동맹'에 그친다.

재정정책은 회원국에 재량권이 있다.

EU `안정 및 성장 협약'은 회원국의 재정 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 정부부채 비율 상한선을 GDP 대비 60% 이내로 각각 못박고 있다.

EU에 가입하려면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가입한 이후에는 이 기준을 위반해도 제재할 실효성이 있는 수단이 없다.

이 허점이 그리스 재정 위기를 배태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주변국에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 심지어 프랑스 등 중심국으로까지 번졌다.

이에 따라 각 회원국이 예산을 세우고 집행할 때 EU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위반하면 제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재정통합의 구상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우선 유로존 재정통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U 차원의 협약 변경에는 세부안을 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걸림돌에 부닥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유로존 위기 극복 돌파구 = 금융시장에서는 프랑스까지 번진 유로존 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으로 ECB의 강력한 시장개입과 유로본드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유로존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국제통화기금(IMF) 재원확충을 병행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구제금융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CB의 강력한 시장개입은 이탈리아 등 위험국의 국채를 시장에서 무제한 사들이거나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해 자금을 푸는 방안 등을 뜻한다.

또한 ECB가 IMF에 대출을 제공해 위험국을 우회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유로본드 발행은 위험국들이 국가신용등급이 우량한 일부 회원국들의 신용을 빌려 자금을 조달한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회원국들이 위험국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를 일부 부담하는 셈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구상들에 대해 재정 적자를 화폐 증발로 해결하는 방안이라며 거부해왔다.

과거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악몽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르켈 정부로서는 유로존 붕괴 우려까지 낳고 있는 시급성을 고려해 기존의 원칙론을 접을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금을 지원해준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는 유로존 재정통합이 독일 정부에 괜찮은 명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전날 유로존 재정통합을 전제로 ECB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유로존 재정통합이 완성되는 것과 함께 재정 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이런 기대감을 의식한 듯 유로존 재정 위기에 대한 독일 정부의 접근을 마라톤에 비유하고, "재정 위기 해결은 일련의 과정이라며 이 과정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녀는 또 "ECB 임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영국 중앙은행(BOE)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