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후유증으로 제대 후에 정신분열증에 걸렸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춘천행정부(재판장 김인겸)는 30일 박모(44)씨가 강릉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결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인 국가의 항소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인용하며 "원고가 의무경찰 복무 기간에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지만 전역 후 불과 8개월 만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치료과정에서 군 시절 구타, 가혹행위, 따돌림 등을 반복적으로 진술해 정신분열증 발병과 의무경찰로서의 직무수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가 복무한 80년대 말은 시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업무가 과중하고 군기가 강했을 것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며 "열차 사고로 훼손된 사체를 수습하는 업무를 수행한 후 구토 및 반복적인 기억에 시달린 점에 미루어볼 때 군 생활로 인해 정신분열증이 발병하였다고 볼 수 있다"며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1987년 의무경찰로 입대한 박씨는 시위진압에 빈번히 동원되며 민생치안 업무까지 담당,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기합과 구타를 겪다 제대를 4개월 앞둔 89년 11월 열차 사고로 훼손된 사체를 목격했다.

박씨는 제대 후 군 생활과 관련한 망상, 환청, 기이한 행동, 현실 도피 등의 증세를 보여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2010년 2월 강릉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보훈지청이 받아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이번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강릉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r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