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끌어와 볼보 인수…中 지리차 '펑크' 위기
"고금리의 해외 사채가 지리(吉利)자동차의 목을 조르고 있다. "

볼보자동차를 인수해 중국 자동차산업의 신화를 쓴 지리자동차가 고금리 사채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증권시장주간'이 16일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리차가 볼보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골드만삭스 등을 통해 고금리 해외 자금을 끌어들여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또 고금리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중국 민간 대출회사에서도 지리차가 최소 6억위안(1050억원)을 빌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리차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볼보 인수 위해 고금리 대출

이 잡지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칼라일 TGP 등 해외 사모펀드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리차의 부채는 지난해 말 710억7000만위안(12조4400억원)으로 2년 만에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전체의 70%인 479억7000만위안(8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은 볼보 인수 때문이다. 볼보 인수에 나선 2008년 6월 지리차의 자산총액은 13억6800만위안에 불과했다. 지리는 전체 자산보다 많은 18억달러(114억위안)를 인수자금으로 썼다. 또 9억달러(57억위안)는 회사정상화 자금으로 투자키로 했다. 모두 27억달러(171억위안)가 들어간 셈이다.

중국 닝보(寧波)의 작은 자동차 업체가 글로벌 브랜드 볼보를 인수하자 세계 언론은 "뱀이 코끼리를 삼켰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의 리수푸(李書福) 회장은 중국 민간 기업인의 상징적 인물로 부상했다. 이 잡지는 "현금이 부족한 지리그룹이 대부분의 인수자금을 빚으로 조달했다"며 "35억달러의 볼보 부채와 막대한 운영자금 등을 감안하면 실제 조달한 자금은 공개된 27억달러의 2배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리차는 볼보 인수대금의 절반은 지방정부와 국유은행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골드만삭스를 끌어들여 채권과 전환사채 등을 발행,29억홍콩달러(4200억원)를 모았다. 유럽 홍콩 미국 등의 기관에서도 13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이 잡지는 "골드만삭스가 끌어들인 자금 중 상당 부분이 고금리 사채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금리 수준은 밝히지 않았다. 또 지리가 볼보 인수대금으로 포드에 16억달러의 현금과 2억달러의 어음을 지급했지만 아직도 어음을 갚지 못해 고리의 이자를 물고 있다고 폭로했다.

◆과거에도 사채 즐겨 쓴 지리차

지리차는 볼보 인수 과정에서 현지 민간 대출업체로부터도 6억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잡지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지리차는 볼보를 인수하기 전부터 장쑤성(江蘇省) 저장성(浙江省) 일대에서 유명한 민간 대출업체의 고객이었다"며 "6억위안도 한 대출회사에서 빌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출회사는 사채 수준의 높은 금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리차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