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19일 총선 때까지 그리스 과도 연립정부를 이끌 루카스 파파데모스(64) 신임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를 지낸 경제전문가다.

1994~2002년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로 재임하면서 그리스가 드라크마를 포기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에 가입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

역내 경제 소국(小國)들을 외부충격에서 보호하는데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긍정적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 '유로존 옹호론자'다.

정부부채 문제에 대한 ECB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하는 동시에 해당국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논리를 지지했다.

2002년 유로존 중앙은행인 ECB 부총재로 자리를 옮겨 2010년까지 일했다.

지난달 퇴임한 장 클로드 트리셰 전 ECB 총재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그는 ECB 부총재직을 떠난 뒤 물러나는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비상임 경제자문을 맡아왔다.

그리스가 엄청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려 지난해 5월 유로존·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고 이후 재정 긴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파판드레우 총리에 조언하고 있었다.

그리스에서 ECB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IMF 등과 함께 `트로이카'로 불린다.

고통스러운 재정 긴축을 요구하는 `점령군'이라는 반감이 묻어 있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그리스 정치권이 ECB 부총재를 지낸 그를 새 총리로 선택한 이유는 과도 연정에 부여된 임무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2차 구제금융안을 의회에서 비준시키고 이행하는 과제다.

이 패기지 중 하나인 민간채권단의 그리스 국채 교환도 이행해야 한다.

민간채권단은 그리스 국채 손실률을 50%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동결된 1차 구제금융 중 6회분(80억유로)도 확보해야 한다.

그리스는 내달 15일까지 이 자금을 못 받으면 디폴트를 맞는다.

이들 과제는 모두 트로이카를 상대로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적임이라는 데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경제학자인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학사)과 전기공학(석사)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다.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뒤 경제학자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 6월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정국 돌파를 위해 개각 카드를 꺼냈을 때 재무장관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연정이 구성될 때만 내각에 참여하겠다"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그는 내년 2월19일 총선 때까지로 여야 영수가 합의한 연정의 존속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로이카와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면 과도 연정의 존속기간에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이 관철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