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위험한 행동", "우려할 상황 아니다" 전문가 의견 분분

인터넷에 북한 찬양 선전물을 올린 혐의로 최근 공안당국에 적발된 이들의 정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체제를 뒤흔들 목적'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다른 목소리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보는 관점도 있다.

경찰청은 종북(從北) 사이트인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사방사)와 유사 홈페이지 등에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글을 올리거나 퍼 나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병무청 공무원과 변호사, 민항사 기장 등 70여명을 적발해 조사하고 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인터넷상에 개인 과학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국내 민간 항공사 기장 김모(45)씨의 자택을 지난 18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당시 김씨는 눈물을 보일 만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들은 "김씨가 착하고 소심한 사람인 것 같더라"는 일관된 분석을 내놨다.

국내 민항사 근무 경력 20년차인 그는 연봉이 1억4천만원에 달하는 주기장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었고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가 `빨갱이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글에서 "맞아 죽을 각오, 얼어 죽을 각오, 굶어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는 등 북한 체제를 적극적으로 찬양하는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는 "종북 선전물이라는 것이 자꾸 보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빠져드는 중독성이 매우 강해 당국 차원에서 더 엄정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을 보면 신념이 투철한 사상범도 있지만 단순하고 순진한 사람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적발된 이들이 정말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확신범'인지 단순히 호기심에서 그런 행동을 한 이들인지에 관한 견해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올라온 종북 게시글을 보면 쉽게 찾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며 "확고한 신념을 갖고 올리는 글들로 여겨지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친북 사이트가 공안당국의 수사 대상이고 적발되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폐쇄 조치를 당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이런 행위를 크게 문제 삼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 사방사는 경찰 수사에 따라 지난해 11월 폐쇄됐고 앞서 같은 해 7월에는 친북 게시물이 다수 올려진 `조국통일 범민족 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홈페이지도 폐쇄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사회에 북한을 대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는데 적발된 이들은 그 목소리를 잘못된 방식으로 내는 것 뿐"이라며 "호기심에 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테고 그렇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우리 국민 각자가 나름대로 다 북한 전문가인데 사방사에 올라온 게시물에 동조할 이들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공안당국의 수사는 분단국가인 한국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는 한 편의 희극"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임기창 차지연 기자 speed@yna.co.krpulse@yna.co.krcharg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