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분명한 목표 결여' 지적
"직접민주주의 실험 자체 가치 있다" 주장도

미국 전역은 물론 캐나다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시위의 참가자들은 새로운 국민운동의 출범을 꿈꾸지만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4일 진단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에서 영감을 받은 미국 젊은이들이 시작한 월가 시위는 3주째 이어지는 동안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지에서 유사한 집회를 이끌어 내며 동력을 키워가는 모양새다.

수도 워싱턴 D.C.의 프리덤 플라자에서도 6일(현지시간) 행진이 있을 예정이다.

노스캐롤라이나와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지에서 온 20대 청년, 무정부주의자, 반(反) 세계화 운동가, 노조원 등 다양한 참가자들로 구색을 갖춘 시위대는 이제 단발성이 아닌 영속적 국민운동의 씨앗을 뿌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결여돼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들은 일반인을 일자리 대신 빚더미로 내모는 미국의 현 상황을 월가가 대표하는 자본가들의 탐욕 탓으로 돌리며 불만을 토해내는 것 이상의 공동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시에서 증기파이프 시설공으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딜머 씨는 "시위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다들 각기 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딜머 씨는 이어 "사람들이 일자리를 원하면 원하는 일은 아닐지언정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위스콘신주 매디슨 출신 정치 활동가 아서 콜 리그스(23) 씨도 "우리의 메시지와 요구사항에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점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비판자들은 정치 엘리트들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직접 민주주의 운동을 형성하는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번 시위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변했다.

지난달 17일 `월가 점령'을 기치로 내건 1천명이 불을 지핀 이번 시위는 일주일 후인 지난달 24일 뉴욕경찰이 최루액, 그물, 수갑 등을 동원한 강제 진압에 나서면서 오히려 급격히 동력을 얻었다.

경찰의 강경 진압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미국 각지에서 동조자들이 급증했고, 영화배우 수전 서랜든,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 등 명사들의 지지 표명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