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6일 기자들을 모아 놓고 브리핑을 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딱 부러진 내용이 없었다. 브리핑 시간이 10여분에 그쳤고,그나마 대부분의 시간을 구조조정 경과와 공개일정을 설명하는 데 소비했다.

금융위가 브리핑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기사를 쓰는 데 신중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고승범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짧은 브리핑 시간 동안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네 차례나 요청했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저축은행 업계와 소비자가 혼란에 빠지고,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예민해진 금융당국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혼란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경영개선명령(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에 언제까지 자구노력 계획서를 받기로 했는지에 대해서조차 함구했다. 영업정지 대상을 이달 말에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이전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 일정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 어떤 확인도 거부했다. 저축은행에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시장 혼란을 초래한 것은 언론에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은 일뿐만이 아니다. 부실 저축은행을 가려내야 하는 와중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연기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도 대량 매입해줬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옥석을 제대로 가리겠다는 것인지,아니면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것인지 모호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도 금융당국은 경영진단 결과를 두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온도차를 보이는 등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금감원은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부실의 불씨를 모두 잘라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부산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홍역을 치른 금감원이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반면 금융위는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언론에 책임을 돌리기 전에 금융위와 금감원의 의견 차이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과도하게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박종서 경제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