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지도부가 의원들의 세비를 스스로 삭감하는 법안들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미 의회는 경제위기가 밀어닥친 지난 2008년 이후 의원 세비를 인상하지 않고 동결한 상태이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더디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세비 동결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비를 깎아야 한다는 법안들이 일부 의원들에 의해 연초부터 잇따라 제출돼 있는 상태이다.

현재 의회에 제출된 세비 관련 법안에는 ▲대통령, 부통령, 연방의원의 연봉 10% 일률적 삭감안 ▲ 2주간의 무급 휴가 의무화를 통한 세비 삭감안 ▲세비 자동 인상 폐지 법안 등 다양한 내용들이 있다.

현재 연방 상.하원 평의원의 세비는 연간 17만4천달러로, 의원 세비는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일정 비율 자동 인상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법안을 상임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민주, 공화당 양당 지도부가 세비삭감 법안들을 의회 창고에 묵혀두지 않고 심의.의결 안건으로 끄집어내느냐이다.

6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양당 지도부는 일부 의원들의 열망과 달리 세비 삭감 법안을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전통적으로 세비를 줄이는 방향에는 양당 지도부는 공통적으로 미온적이었다.

게다가 연방 의원들의 대부분은 다른 직업을 택했더라면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부터 세비 삭감 이슈는 의회내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1989년부터 2003년까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리처드 게파트 전 의원의 보좌관인 스티브 엘멘도프는 "세비인상건은 서로 문제 삼지 않고 공격하지 않다는 지도부들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WP는 "양당 지도부는 여전히 세비 삭감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할 의지는 없지만,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의원들이 스스로 세비 인상을 포기할 만큼 정치환경은 변했고, 올해도 그런 방향으로 갈 가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공황 이후 가장 어렵다는 경제난이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의원 세비를 10% 삭감하자는 법안을 제출한 모건 그리피스(공화.버지니아) 하원의원은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의회가 세비를 올린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세비 삭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적기"라며 의회내 분위기의 변화를 전했다.

경제살리기에 올 가을 회기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회 지도부에게는 '뜨거운 감자'인 세비 삭감 문제도 과제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미 의회에서 1933년 4월 대공황 당시 세비 5% 깎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세비가 삭감된 적은 없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