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거래 상대방을 바꿔 손실을 봤다면 전액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특정 펀드의 구조상 거래 상대방이 수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점을 중시해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부장판사 노태악)는 주가연계펀드(ELF)에 투자했다 전액 손실을 본 투자자 강모씨 등 214명이 우리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투자금반환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산운용사의 책임을 100% 인정,피해 투자자들에게 총 50여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펀드 투자손실의 50% 안팎에서 손해배상액이 결정되던 기존 판례와 달리 투자자 손실에 대해 운용사의 배상책임을 100% 인정한 판결이어서 향후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의 펀드는 우리자산운용의 '우리투스타파생상품 KW-8호'(ELF)로,강씨 등이 2007년 펀드를 구입했을 당시에는 BNP파리바에서 발행하는 장외파생상품(ELS)에 투자한다고 고지됐다. 해당 펀드의 투자금 중 98.4%가 지정된 거래 상대방의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우리자산운용이 투자자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거래 상대방을 BNP파리바에서 리먼브러더스 아시아로 변경했다. 투자자들은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파산하면서 펀드 투자금이 전액 사라지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펀드는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에 따라 수익구조가 사전에 결정된 채 최대 3년 자금이 묶이는 유동성이 낮은 상품"이라며 "따라서 거래 상대방 특정이 중요한 펀드"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자산운용이 거래 상대방을 임의로 변경한 건 자산운용사의 재량 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투자의사 철회 기회를 전적으로 박탈한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배상금액은 거래 상대방이 BNP파리바로 유지됐을 때 만기상환금(원금의 66.43%)으로 책정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