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과연 노트북 시장을 잠식할까.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 문제를 놓고 말이 많았다. 대부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블릿은 콘텐츠 소비용,노트북은 콘텐츠 생산용 등 용도가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아이패드는 폰과 PC 접경지역에서 넷북을 격파하고 노트북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아이패드 효과'가 확산되는 국면이다.

에이서의 추락이 아이패드-PC 1차대전의 결과다. 에이서는 최근 2,3년 동안 넷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델을 제치고 세계 2위 메이커가 됐고 "HP도 제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지난 2분기에 판매 대수가 20.4%나 곤두박질치면서 델은 물론 레노버한테도 밀려 4위로 주저앉았다.

시장조사기업 가트너는 올해 서유럽 PC(태블릿 제외) 판매 대수가 18.9%나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에이서는 44.6% 줄어 거의 반토막이 날 거라고 봤다. 2분기 판매 대수도 18.9% 감소했는 데 넷북 감소율은 3배에 가까운 53%나 됐다. 이 바람에 에이서는 서유럽 시장에서 HP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현재는 태블릿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항간에는 '태블릿 시장'이 아니라 '아이패드 시장'이란 말도 나온다. 모토로라 줌,HP 터치패드 등이 맥을 못 추고 잊혀졌기 때문이다. 삼성이 최근 발매한 갤럭시탭10.1이 약간 나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판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 2,3년 동안 아이패드가 독주할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HP 터치패드는 최근 망신을 당했다. 7월1일 발매 후 베스트바이에 27만대를 납품했는데 2만5000대 판매에 그쳐 24만5000대가 창고에 쌓여 있다고 밝혀졌다. 가격을 100달러 낮춰도 효과가 없었다. 베스트바이는 여차하면 반품하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시점에 HP가 웹 운영체제(OS) 디바이스 생산을 포기하고 하드웨어 부분을 분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패드가 계속 인기를 끌 거라고 보고 있다. 가트너는 아이패드가 올해 4796만대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쟁사들은 다시 태블릿 시장에 도전해 애플 독주를 막아야 하는 국면이다.

태블릿은 포스트 PC 시장의 초반 판도를 좌우하게 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컴퓨터 OS 개발사들은 컴퓨터 OS와 모바일 디바이스 OS를 통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핀란드 시장분석가 호레이슈 데듀는 "태블릿을 PC에 포함하면 애플이 이미 세계 1위 메이커가 됐다"고 말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