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 `마지막 전범'으로 불리는 전(前)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반군 지도자 고란 하지치(53)가 26일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재판정에 처음 출두했으나 항변을 거부했다.

지난 20일 세르비아에서 체포된 하지치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의 ICTY 법정에 처음으로 나왔으나 그의 변호사는 "하지치가 오늘 혐의 사실들에 대한 항변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판장에게 밝혔다.

ICTY 법규에 따르면 피고인은 혐의사실들과 관련한 판사의 법정 신문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항변을 거부할 수 있으며, 30일 후에 다시 법정 항변을 할 수 있게 된다.

피고인이 끝까지 항변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무죄를 항변한 것으로 인정해 재판이 진행된다.

재판정에서 하지치는 공손하고 침착했으며 편안해 보였고 권오곤 재판장이 재판 절차 등을 설명하고 진행할 때면 때때로 미소를 짓기도 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하지치는 크로아티아가 옛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시작돼 1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크로아티아 내전(1991~1995년) 당시 크로아티아 내 세르비아계를 이끈 정치 지도자다.

옛 유고연방의 주축인 세르비아공화국을 이끌던 당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의 독립을 거부했다.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정치 지도자들도 밀로셰비치에 동조하고 세르비아공화국의 개입으로 두 공화국은 내전으로 치달았다.

하지치는 내전이 끝나고 크로아티아 지방법원들에서 궐석재판으로 각각 열린 재판에서 테러리즘 혐의로 10~2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어 ICTY는 2004년 크로아티아계와 비(非)세르비아계를 대상으로 저지른 전범 혐의로 그를 기소했으나 그는 기소 한 달 전에 이미 세르비아의 자택에서 사라져 7년간 도피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20일 세르비아 정부는 하지치를 체포했으며, ICTY는 지난 22일 그의 신병을 넘겨 받았다.

한편, ICTY 검찰은 지난 1993년 창설 이후 지금까지 모두 161명을 기소했으며, ICTY 법원은 이 가운데 64명에게 선고를 하고 재판을 끝냈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