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시작된 SC제일은행의 파업이 근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부터는 영업점 43곳(11%)의 문도 닫았다. 20일엔 하루 종일 노사 대표교섭을 벌였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회사 측은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사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23일 런던행 비행기를 탔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본사가 있는 런던에서 28일까지 '원정 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답답해진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이 25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노조가 태도를 바꾸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성과주의 문화는 올바른 일"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왜 진전 없나

처음 이슈는 성과연봉제였다. 금융권 최초로 SC제일은행이 도입하려던 이 제도는 노조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성과연봉제 조건이 '문틈에 발 들여놓기'라고 여겼다. 일단 처음엔 후한 조건으로 시작해도 나중엔 엄청난 경쟁의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20일 저녁부터 21일 오전까지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서 노사는 조금 진전을 봤다. 사측이 노조 주장대로 작년치 임금인상분(정규직 2%,비정규직 4%)에 대한 임단협을 먼저 타결하고,태스크포스(TF)에서 성과연봉제를 논의하자고 한 발 물러섰다.

◆상설 명예퇴직제 합의 어려워

그러나 남아있는 이슈들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협상은 중단됐다. 후선발령제도가 대표적이다. 사측의 성과연봉제에는 최하위 성과를 4년 연속으로 기록한 행원의 임금을 최대 45%까지 깎고 영업 일선에서 빼내서 후선 지원부서로 발령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힐 행장은 "대상자가 10명 밖에 안 된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후선발령제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SC제일은행만의 특수한 문화인 '상설 명예퇴직제'도 관건이다. 40세 이상인 정규직원은 언제든 2년치 임금을 받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이 제도에 대해 힐 행장은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그러면 직원 퇴직시 법정 퇴직금에 최대 24개월분 퇴직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변형된 상설 명예퇴직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파업 더 길어질 듯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파업은 길어질 전망이다. 힐 행장은 노조의 런던 원정투쟁에 대해 "그룹에서 정중하게 맞아들이겠지만 힐 행장과 얘기하라며 돌려보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도 경영진을 지원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은행의 경쟁력은 시나브로 약화되고 있다. 힐 행장은 "대차대조표 등에서 큰 변동이 없고 예금 수신이 빠져나간 비율도 1% 안팎으로 정상"이라고 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달이나 신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전체 직원의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당장 수치상의 변화가 없어도 6개월,1년 뒤 실적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