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방부의 '이상한 홍보'
"군은 지속적으로 병영문화 혁신과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1980년 970명이었던 군 사망 사고가 지난해엔 182명으로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등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

국방부는 지난 11일 '병영문화 혁신 추진 경과 및 성과'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방부의 노력으로 30년 전에 비해 군대 내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는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해병대 총기사건과 자살사건으로 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있으나 군은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했고,이에 따른 성과가 있었다"고 자화자찬까지 했다.

국방부는 그 근거로 1987년 군내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지침'을 시발로 1990년에는 자살 사고(23%),폭행 사망(30%)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1994년 '군 사고 예방 규정'을 만든 뒤 2000년에는 자살 사고가 두 자릿수로 낮아지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내놓은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오히려 2005년부터 6년간 군내 자살자 수는 늘었다.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05년 11.3명,2007년 11.4명,지난해에는 12.6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최근 총기 사건과 자살 사고가 일어난 해병대와 해군(해병대 항목을 따로 분류하지 않음)은 10만명당 2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5년 8명을 숨지게 한 육군 전방부대에서의 '김 일병 총기 난사 사건(530 GP 사건)' 이후 내놓은 '병영문화 혁신'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사망자 가운데 자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24.5%였던 군 전체 사망자 가운데 자살자 비율은 1990년 40%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63%에 달했다. 군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지만,'자살'은 병영문화와 직접 연관이 돼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자살 예방대책이 시급한 상황임을 군 당국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방부는 군내 사망자 수만 비교해 병영문화가 나아졌다는 홍보자료를 내놓고 기자들에게 브리핑까지 했다. 낯 뜨거운 '홍보'를 지켜보는 국민의 우리 군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국방부는 모르는 걸까.

김우섭 정치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