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고용지표 악화로 미국 경기는 하반기에도 회복세가 미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초 대부분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 회복기 중 일시적으로 정체를 겪는 '소프트패치(soft patch)'가 마무리되고 하반기에는 미 경기가 탄력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같은 기대는 일부 경제지표 호전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달 초 발표된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55.3으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 여건을 반영하는 고용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나오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고용이 악화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고용을 더욱 꺼리는 현상이 빚어진다. 다만 대부분의 월가 금융사들은 고용이 경기를 후행하는 지표인 만큼 당분간 경기 상황을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였다.

◆예상 밖 고용악화

미 노동부가 8일 발표한 6월 중 비농업 고용은 1만8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만명이 넘을 것이란 시장 예상을 훨씬 밑돈 것이다. 올 들어 고용 증가를 이끌었던 서비스업 부문의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된데다 건설업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1~4월 중 월 평균 15만3000명씩 증가했던 서비스업 고용은 6월 중 5만3000명에 불과했다.

6월 중 미국의 실업률은 9.2%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주간 단위로 공개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계속 40만건을 웃돌았다. 하지만 소프트패치의 주된 요인이었던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영향과 고유가에 따른 소비위축 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수개월 내에 고용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틸톤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가까운 장래에 미 경제가 탄력적인 상승세를 탈지 여부를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부진한 주택시장

일부 주택 관련 지표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주택경기가 바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신청 건수는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잠재수요자들이 주택 매입을 꺼린 결과다. 5월 중 주택판매 선행지표인 잠정주택판매는 8.2% 증가했지만 주택 착공 건수는 사상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5월 중 신규주택 판매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락폭은 둔화됐지만 4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 달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BNP파리바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택시장의 지속적인 부진이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 양적완화는 시기상조

고용지표가 2개월 연속 부진한 것으로 나오자 일각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월가 금융사들은 FRB가 당분간 경제상황 추이를 지켜보면서 정책 방향을 신중하게 모색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실업률이 현재보다 1.25%포인트가량 높아지지 않는 한 FRB가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의 월가 금융사들 역시 하반기 미 경제성장률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바클레이스 등 일부 금융사들은 2분기 개인소비 지출이 미약하다는 이유에서 2분기 경제 성장률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