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필동3가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신한은행이 유망 상가 고르는 노하우를 설명하기 위해 상가 투자전략 특강을 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신한은행 PB(프라이빗 뱅커) 고객 200여명이 몰렸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장대비가 퍼부어 수강 인원이 적을까 걱정했는데 예상했던 인원보다 30% 많았다"며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으로 꼽히는 상가에 대한 부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부자는 지금] 삼성동 아이파크 팔아 중소형으로…남은 돈 대학街 상가 '찜'
◆상가 투자 문의 급증

주요 은행 PB들에 따르면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가를 구해 달라는 부자 고객들의 요청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시세 차익을 겨냥한 아파트 투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자산가들이 수익형 상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연간 수익률이 7%대인 근린상가를 구해 달라는 이들이 줄을 섰지만 나오는 매물이 거의 없어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등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 중에서도 아파트를 팔고 상가를 사려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고가 아파트 고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작은 집으로 옮기고 남는 돈으로 상가를 사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며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대세로 굳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 오피스 상권 안정적

강남 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근린상가다. 이런 곳은 상속 후 자손들끼리 재산 분쟁이 일어날 때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매물로 나오지 않아 사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부자들의 상가에 대한 관심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은행 PB들에 따르면 대학을 끼고 있는 상권이 최근 관심 대상이다. 대학생들은 중 · 장년층보다 구매력이 높고 무리지어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 상권이 잘 유지되는 까닭이다.

오피스들이 모여 있는 곳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피스타운으로 이미 확고히 자리잡은 곳들이다. 상권이 무너질 염려가 적어 위험이 낮다고 PB들은 설명했다.

◆단지 내 상가 수요층 넓어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대학가나 오피스 상권과 달리 5억원 이하로 투자가 가능해 중산층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단지 내 상가는 연 7%대 수익이 나도록 입찰 예정가를 책정하는 까닭에 올 들어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강남 부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2000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몰려 배후 상권이 튼튼한 단지 내 상가다. 수익성에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PB들은 단지 내 상가를 고를 땐 주민 동선을 철저히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방향에 위치한 상가여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상가는 주민들이 많이 드나드는 방향에 자리잡아 2400여가구 대단지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잠실4단지 레이크팰리스 상가는 주민 통행이 적은 쪽에 자리잡아 단지 내 상가 대신 롯데월드 안의 마트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다.

◆테마상가 기피 대상

강남 부자들이 꺼리는 대표적인 상가는 의류나 전자제품 등 한 종목만 파는 테마상가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인터넷 쇼핑몰의 규모가 연간 20조원을 넘는 시대를 맞아 의류 · 전자제품 테마상가를 찾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주상복합 아파트 내 상가 투자도 주의해야 한다. 입주 가구가 많지 않아 배후 상권이 작고 유동인구를 흡수하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PB들은 또 △광고를 지나치게 많이 하고 △주변보다 임대료가 턱없이 비싸고 △업종이 자주 바뀌며 △권리금이 비싼 상가 등을 강남 부자들이 꺼리는 상가로 꼽았다.

박한신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