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삼성동 아이파크 팔아 중소형으로…남은 돈 대학街 상가 '찜'
테마상가·업종 자주 바뀌는 상가는 외면
주요 은행 PB들에 따르면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가를 구해 달라는 부자 고객들의 요청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시세 차익을 겨냥한 아파트 투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자산가들이 수익형 상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연간 수익률이 7%대인 근린상가를 구해 달라는 이들이 줄을 섰지만 나오는 매물이 거의 없어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등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 중에서도 아파트를 팔고 상가를 사려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고가 아파트 고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작은 집으로 옮기고 남는 돈으로 상가를 사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며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대세로 굳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 오피스 상권 안정적
강남 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근린상가다. 이런 곳은 상속 후 자손들끼리 재산 분쟁이 일어날 때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매물로 나오지 않아 사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부자들의 상가에 대한 관심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은행 PB들에 따르면 대학을 끼고 있는 상권이 최근 관심 대상이다. 대학생들은 중 · 장년층보다 구매력이 높고 무리지어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 상권이 잘 유지되는 까닭이다.
오피스들이 모여 있는 곳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피스타운으로 이미 확고히 자리잡은 곳들이다. 상권이 무너질 염려가 적어 위험이 낮다고 PB들은 설명했다.
◆단지 내 상가 수요층 넓어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대학가나 오피스 상권과 달리 5억원 이하로 투자가 가능해 중산층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단지 내 상가는 연 7%대 수익이 나도록 입찰 예정가를 책정하는 까닭에 올 들어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강남 부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2000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몰려 배후 상권이 튼튼한 단지 내 상가다. 수익성에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PB들은 단지 내 상가를 고를 땐 주민 동선을 철저히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방향에 위치한 상가여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상가는 주민들이 많이 드나드는 방향에 자리잡아 2400여가구 대단지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잠실4단지 레이크팰리스 상가는 주민 통행이 적은 쪽에 자리잡아 단지 내 상가 대신 롯데월드 안의 마트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다.
◆테마상가 기피 대상
강남 부자들이 꺼리는 대표적인 상가는 의류나 전자제품 등 한 종목만 파는 테마상가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인터넷 쇼핑몰의 규모가 연간 20조원을 넘는 시대를 맞아 의류 · 전자제품 테마상가를 찾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주상복합 아파트 내 상가 투자도 주의해야 한다. 입주 가구가 많지 않아 배후 상권이 작고 유동인구를 흡수하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PB들은 또 △광고를 지나치게 많이 하고 △주변보다 임대료가 턱없이 비싸고 △업종이 자주 바뀌며 △권리금이 비싼 상가 등을 강남 부자들이 꺼리는 상가로 꼽았다.
박한신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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