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없이 즉결 처형 극히 우려"
"리비아서 옛 식민세력, 아프리카 여전히 식민지인 듯 행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대 노동단체이자 여당과 동맹관계인 남아공노총(COSATU)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과 관련, "극히 우려스럽다"며 미국에 비판을 가했다.

COSATU 대변인 패트릭 크레이븐은 3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우리는 9.11 테러를 단호하게 비난하고 빈 라덴과 알-카에다에 대해 조금의 동정심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파키스탄에서 미 정부에 의해 빈 라덴이 숨진 방식에 대해서는 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빈 라덴은 아무런 해명 기회도 없이 즉결 처형을 당했다.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은 무죄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완전히 무시됐다"며 "거대 제국주의 세력이 국제 사회에서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력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점차 증가하는 징후가 있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특히 "영국, 프랑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리비아 사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무아마르 카다피의 독재를 활용해 석유에 대한 접근을 보호하기 위해 옛 식민세력이 마치 지금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들의 식민지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COSATU는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남아공공산당(SACP)과 함께 삼각 동맹을 구축하는 범여권 세력이다.

COSATU의 이 같은 반응은 리비아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남아공 정부와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앞서 ANC는 2일 짤막한 성명을 내고 "세계 문제는 폭력이 아니라 오로지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우리가 매일 접하는 국제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남아공 외교부는 빈 라덴 사망과 관련, 국제사회에서 테러를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만을 2일 개진한 바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