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하루 만에 조정을 받았지만 전기가스 · 음식료 등 토종 내수주의 상대적 강세는 지속됐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물가 상승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4 · 27 재 · 보선' 이후 제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이들 업종의 주가 상승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주가를 짓누르던 악재들이 완화됨에 따라 이들 내수주가 매력적인 틈새 종목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공공요금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되는 점도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조정장서 유틸리티 · 음식료주 두각

3일 코스피지수는 28.23포인트(1.27%) 하락한 2200.73으로 장을 마쳤다. 국제 유가 하락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비철금속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날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했다. 외국인은 막판 341억원 매수 우위로 돌아섰지만 장중 내내 '팔자'로 일관했다. 자산운용사(투신)를 중심으로 한 기관은 3328억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자동차 · 화학 · 정유 등 주도주들이 또 한 차례 급락했다.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덩치가 큰 정보기술(IT)주들도 약보합권에 머물며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3만7800원으로 3.28% 뛰었다. 이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한국전력도 2% 넘게 상승했다.

농심 역시 '새우깡'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키로 하면서 25만2500원으로 1.41%(3500원) 올랐다. CJ제일제당(0.60%) 오리온(1.66%) 롯데제과(2.42%) 등 다른 제과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3대 악재 걷힌다"

주가를 짓누르던 악재들이 걷히면서 유틸리티 음식료 등 내수주들이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선거를 의식한 가격 인상 억제 △물가 부담 △원자재 가격 급등을 내수주의 3대 악재로 꼽았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물가도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 내수주에 상승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입물가를 낮추기 위한 원화 강세 용인 정책도 한동안 지속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음식료 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도 잇따를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농심에 대해 "스낵에 이어 라면 가격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13개 품목의 출고가격을 11~25% 올린 오리온의 목표주가를 48만원에서 51만원으로 높였다.

공공요금과 음식료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향후 물가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수출주의 경쟁력 둔화를 야기할 정도는 아니어서 물가가 안정되면 증시에는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송종현/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