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주가 번갈아 가며 조정을 받는 동안 내수주들이 소리 없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을 감안한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순환매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데다 원화 강세에 따른 수혜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노동절 연휴(4월30일~5월2일)를 기점으로 중국 내수시장 회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음식료 유통 등 국내 내수업체에 대한 관심을 높일 때라고 조언했다.


◆음식료 · 통신주 조정장에도 꿋꿋

코스피지수는 29일 15.99포인트(0.72%) 하락한 2192.36으로 마감됐다. 기아차의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기업들의 실적 호조 소식이 잇따랐지만 오히려 차익 실현의 계기로 작용했다.

기아차는 이날 7만6900원으로 3.51% 밀려났고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정유 · 화학주뿐 아니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면서 삼성전자(-0.78%) 포스코(-1.27%) 등 대부분 종목이 약세권에 머물렀다. 반면 신한지주(6.06%) KB금융(5.12%) 삼성화재(4.31%) 등은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동반 상승했다.

음식료 건설 통신주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CJ제일제당이 24만8500원으로 7.81% 급등했고 롯데제과 농심 진로 등이 나란히 오름세를 보였다.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KT 등 통신주들도 1% 내외의 상승세로 마감했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화학 정보기술(IT) 등 대형 수출주들은 추가 상승이 부담스럽고,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그간 소외돼 있던 내수주로 일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외국인과 기관은 화학 등 주도 업종에는 엇갈린 시각을 보였지만 음식료 유통 등에 대해서는 동반 매수세를 나타냈다. 그 덕분에 음식료업종지수는 한 주간 3.18% 뛰었고 유통업종지수 역시 0.92% 올라 지수 수익률을 웃돌았다. 통신업종지수는 2.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와 화학업종지수는 각각 2.86%와 3.03% 내려 대조를 이뤘다.

◆원화 강세 · 중국 수혜 주목할 만

수출주에 비해 증시 비중이 낮아 가격 주도력은 떨어지지만 내수주에 대한 관심을 넓혀갈 때라는 의견이 많다.

1080원 아래로 밀려난 원 · 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중국의 5월 소매판매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노동절 연휴 직후 소비부양책을 대거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호재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임금 상승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노동절 연휴 때는 전반적으로 소비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내수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국내에서도 재 · 보선 후 하반기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물가가 하향 안정되는 국면에선 내수주의 주가 상승률이 수출주를 웃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음식료 등 주요 내수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바닥 수준인 1.6배에 근접하고 있어 가격 매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김형렬 연구원은 "원화 강세와 중국 소비 증가가 단기적인 주가 상승의 계기는 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익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확인되지 않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수출주의 타율이 우위"라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