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의 실력은 비슷해요. 멘탈이 문제죠.저에게는 영어가 더 급합니다. "

지난해 미국 LPGA투어 상금왕과 최소타수상(베어트로피)을 받은 최나연이 제주도에서 열린 국내 여자프로골프 시즌 개막전 롯데마트여자오픈에 출전했다. 2008년 미국 진출 후 국내 개막전 출전은 처음이다. 그에게 투어 생활 뒷얘기를 들어봤다.

최나연의 최대 관심사는 영어다. 최나연은 "올 시즌 처음으로 영어 선생님과 함께 투어를 다니고 있다"며 "따로 시간을 내 영어를 배우기 힘드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영어를 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어 과외 선생님은 캐나다 출신으로 국내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그렉 모리슨.

◆골프만큼 영어도 잘해야 최고 선수

최나연이 겪은 '영어 잔혹사'는 눈물겹다. 그는 "맥도날드 가게에 가서 손가락으로 2번 메뉴 3개를 달라고 했는데 3번 메뉴 2개를 주더군요"라고 회상했다. 맥도날드 햄버거만 먹다 질리자 부모님과 의기투합해 고급 레스토랑을 찾았다. 일단 식당으로 들어가 한 바퀴를 쭉 돌면서 남들이 먹는 음식을 훑어봤다.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한 다음에는 웨이터에게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똑같이 해달라고 했다.

"지난해 2관왕을 하면서 좀 더 많은 인터뷰도 하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아야 했는데 영어가 안 되니 그럴 수 없어 아쉬웠어요. 미국 무대에 선 만큼 미국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각오했죠.영어 선생님이 선물해준 영어그림책이 재미없어서 한국 만화를 영어로 번역한 책을 사다 읽다 선생님이 싫어할 것 같아 숨겼는데 나중에 알고 나더니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하더군요. "

투어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 대회장에 가려면 비행기를 두 번 타야 한다"며 "경비를 줄이기 위해 차로 10시간 이내의 거리는 경차를 빌려 다녀오곤 했다"고 말했다. 투어 경비도 만만치 않다. 최근 열린 한 대회에서는 숙박비만 450만원,렌터카 비용으로 150만원을 썼다고 한다.

최나연은 지난해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웨그먼스LPGA챔피언십) 예선에서 떨어진 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처음으로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봤다.

마음을 비우는 법도 알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 "LPGA에서 우승하는 데 필요한 것 중 실력이 20%라면 멘탈은 70% 이상이에요. 운은 5~10% 정도랄까요. 매일매일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는 정신력이 있어야 우승할 수 있습니다. "

◆신지애보다 청야니와 더 친해

그런 면에서 올해 절대 강자는 청야니를 꼽는다. 원래 장타자인데 운동을 열심히 해 몸도 좋고 힘도 세 비거리가 더 늘어났다고 한다. 자신감 또한 최고조다. "청야니는 중학교 때부터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서 만난 뒤 친하게 지내는 선의의 경쟁자예요. 이제는 서로 집을 오가며 잠도 함께 잘 정도로 친한데 청야니가 한식을 좋아해 어머니가 해준 밥도 먹고 심지어 음식을 싸가기도 해요. "

신지애 선수에 대해선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라며 "붙임성이 아주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대회에서 선수들끼리 연습 퍼팅을 할 때 신지애는 외국인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죠.함께 연습하고 농담하다가 나중에 끝나고 나갈 땐 같이 식사하러 가더라고요. "

그는 로레나 오초아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박수칠 때 떠나는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저도 요즘 어떻게 은퇴해 멋있게 떠날까 생각 중이에요. 은퇴 후에도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제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재테크도 프로…청담동 31억 상가빌딩 18일 계약

최나연은 재테크에 공을 들여 18일 서울 청담동에서 5층짜리 상가 빌딩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구입 비용은 31억원.이 빌딩에서 임대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동탄신도시에 있는 대우푸르지오 타운하우스(대지 396.7㎡)를 13억2900만원에 구입했다.

최나연의 부동산 구입과 관련,그의 부친 최병호 씨는 "딸의 은퇴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모두 최나연 이름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29만달러짜리 타운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다. 올랜도에서 매입을 추진 중인 200만달러 안팎의 상가를 포함하면 그의 부동산 가치는 69억원에 달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