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개막전을 봤는데 김동주 선수 유니폼에 'LG유플러스' 로고가 있더라구요. LG그룹이 이번엔 통신계열사인 LG유플러스를 적극 홍보하려는 느낌을 받아 곧바로 LG유플러스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여의도 한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이모씨는 지난달말 LG유플러스 주식을 매수해 현재 약 7%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씨가 LG유플러스를 매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LG트윈스의 10년 팬인 그의 눈에 선수들 유니폼에 새겨진 'LG유플러스' 광고 로고가 유독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을 보내면서 불현듯 유니폼 로고에 부착된 계열사들의 주가그래프를 찾아봤는데 연초 대비 많이 올라와 있었다"며 "LG화학,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바로 그 예"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LG그룹에서 통신계열사 합병 등이 이슈로 떠오른 LG유플러스 홍보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다운 면밀한 주가분석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씨의 '투자 아이디어'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LG유플러스는 프로야구 개막 전인 3월 초 55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었지만, 현재 6200원(지난 11일 종가기준)을 웃돌고 있다. 이씨의 1주당 매입평균가격은 5700원이다.

그렇다면 이씨의 이러한 '투자 아이디어'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실제 프로야구와 주식시장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삼성 SK 두산 LG 한화 롯데 기아 등 국내 내로라하는 상장 대기업들이 각 구단을 이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로구단의 경우 주력 기업을 마케팅 선봉에 내세울 수 있어 전혀 엉뚱한 투자 아이디어는 아니다"며 "다만 투자에 앞서 기업의 실적 추이와 업황 등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대기업이 구단 유니폼을 통해 벌이는 계열사 마케팅은 매년 일정한 기간을 두고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년 일부 주력 계열사가 바뀌면서 유니폼에 노출되고 있다.

두산베어스 관계자는 "지난해 두산베어스 선수들의 유니폼에 새겨진 계열사는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3곳이었다"면서 "올해는 이 중에서 두산건설이 빠지고 두산엔진이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그룹의 계열사들이 광고비를 집행하면서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유니폼에 노출되고 있다"며 "3곳의 노출 기간도 미리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베어스에 따르면 올해 유니폼을 통해 노출되는 기간은 두산중공업이 오는 6월 5일까지, 두산인프라코어가 6월 6일부터 8월7일까지, 두산엔진이 8월 8일부터 경기종료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한편 두산엔진은 올해 1월 4일 증시에 입성했고, 세계 2위의 디젤엔진 생산업체다. 또 최대주주는 두산중공업이며, 보유지분은 약 42%다. 두산엔진은 상장 첫날 공모가(1만9300원) 대비 높은 가격대에 시초가(2만2350원)를 형성했으며, 현재 2만3000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LG유플러스도 2009년 10월 당시 LG텔레콤이 LG파워콤과 LG데이콤을 흡수합병한 뒤 지난해 7월 지금의 LG유플러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올들어 스마트폰 효과와 영업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증시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주가그래프가 '우상향 곡선'을 그려 나가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