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정정 불안과 일본 대지진,미국 경기전망 개선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시장의 수급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4일 "인플레이션을 매우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해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이하 5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121.06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8월1일(124.18달러) 이후 32개월 만에 최고치로,연초보다 26.22달러(27.7%) 올랐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것이다. 하루에 130만배럴,세계 생산량의 2%를 생산하는 리비아는 내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 수출 재개가 늦어지고 있다. 최근 가봉에선 석유노동자협회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하루 24만배럴을 생산하는 토탈과 셸이 생산을 중단했다.

텔레그래프는 "유가가 '위험수위(danger point)'인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중 석유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5.5%를 넘어서게 됐다"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오를 때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0.2%씩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브렌트유 가격이 15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실업률 하락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도 연일 오름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이날 WTI 가격은 배럴당 108.47달러로 2008년 9월22일(109.37달러)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곡물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가격은 미국 농무부가 지난달 말 재고량이 예상보다 적다는 발표를 내놓자마자 3거래일 연속 오르며 부셸당 760.25센트를 기록,2008년 6월27일(754.75센트)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최근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은 식품 수입에 나서는 것도 곡물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미국산 옥수수 최대 수입국이며 밀가루는 두 번째,콩은 세 번째로 많이 수입한다.

또 중동지역 정정 불안과 일본 대지진,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잠재 악재에 대한 부담은 안전자산인 금 · 은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6월물은 온스당 1433달러로 전년 대비 306.90달러(27.3%) 올랐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