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자금 회수가 정체되다 보니 투자자금의 동맥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 회수창구인 코스닥 시장이나 기업 인수 · 합병(M&A) 시장이 벤처투자 증가에 맞춰 늘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벤처펀드들이 투자했다가 유동화에 실패한 주식 규모는 2501억원어치에 달한다. 유동화에 실패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투자했다가 기업이 부실해져 손실 처리하거나,또는 기업이 우량하더라도 기업공개(IPO)나 M&A 등 회수에 실패해 창투사들이 떠안은 주식들이다. 과거에는 투자 실패로 손실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회수에 실패해 창투사들이 인수하는 'GP 인수금' 비중이 매년 늘고 있다. GP 인수금 비중은 2006년 35.1%에서 이듬해 43.3%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59.7%에 달했다. 전체 유동화 실패 주식 중 절반 이상이 회수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벤처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던 2007년 이후 설립된 펀드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산할 예정이어서 회수에 따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펀드 결성액은 2000년 이후 최대치인 1조5938억원으로 벤처 산업 정체기였던 2003~2004년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지난해 IPO는 61개(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로 2003년(71개) 수준에도 못 미친다. 코스닥 지수가 10년째 500선 안팎에서 횡보하다보니 벤처캐피털,엔젤투자자가 유망기업에 투자하고 이 자금을 주식시장이 넘겨받아 확대하고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우량 장외기업을 인수해 상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 15곳이 설립됐지만 최근에야 한 곳이 장외기업을 인수했을 뿐이다.

주식시장에 상장을 못 시키면 제3자에 지분을 매각하거나 M&A시켜야 하는데 이 역할을 담당하는 세컨더리펀드나 M&A펀드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세컨더리펀드는 1010억원 규모에 불과했고 M&A펀드는 아예 없었다.

김영준 정책금융공사 투자금융부장은 "벤처펀드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지만 주식 처분이 안돼 벤처캐피털들이 떠안고,이 때문에 투자 여력이 떨어져 벤처기업들이 충분한 지원을 못 받는 악순환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도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회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에서 M&A펀드 설립 규제 완화와 프리보드 활성화 대책,IPO 요건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