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위성 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 교란으로 인한 이동통신 장애가 또다시 발생했다. 정부는 한 · 미 합동군사훈련을 겨냥한 북한군의 전자전이 유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도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전파 방해로 연평도 등 서해지역에서 사흘에 걸쳐 GPS 신호 교란을 겪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인천 계양구,파주,김포 등의 이동통신 기지국에서 GPS 신호 수신에 장애가 발생해 휴대폰 시계가 맞지 않거나 음성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GPS 신호를 교란하는 전파 때문에 일부 이동통신 기지국들이 시간정보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GPS는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24기의 위성으로부터 정확한 위치정보를 수신하는 시스템이다. 군용으로 개발됐지만 민간에도 개방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문제가 생긴 이동전화는 2세대(G) 이동통신(CDMA)이다. 3세대 이동통신(WCDMA)과는 달리 CDMA는 GPS를 통해 시간정보를 받기 때문이다. 기지국이 GPS 신호를 받지 못하면 시간정보는 물론 음성 통화 일부 기능까지 '먹통'이 된다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업계는 교란 전파의 세기가 강해 서울 일부 지역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선 전파교란(재밍 · jamming)은 강한 전파를 쏴 특정 주파수의 교신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방해 전파 출력을 높이면 재밍 범위도 늘어난다. 하지만 산 등 지형지물의 영향으로 실질적인 유효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산꼭대기 등 고도가 높은 곳에 있는 기지국들이 이번에 장애를 겪었다"며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지대에 위치한 기지국이나 차량의 내비게이션 장비들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군은 이번 GPS 수신 장애를 '키 리졸브' 한 · 미 합동군사연습을 겨냥한 북한군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GPS 수신 장애가 나타난 지난 4일 오후 개성과 해주에서 강한 교란 전파가 발생한 것을 포착했다.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교란 전파가 5~10분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발사됐다"며 "폭격 유도 및 포격 지점 산출 등 군사용도로 쓰이는 GPS를 교란해 한 · 미 양군의 대응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시기에도 GPS 수신 방해 전파를 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북한의 강력한 방해전파 때문에 연평도 강화도 파주 등지에서 3일 동안 GPS 수신 오작동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해외에서 새롭게 GPS 교란 장비를 도입하는 등 전자전 능력을 확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미국 국방부가 1970년대 후반 군사 목적으로 개발해 실용화했다. 지구 2만200㎞ 상공에 있는 24개의 인공위성을 이용,수십 ㎝의 오차 범위 내에서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 비행기 선박 자동차 등의 항법장치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동전화의 시간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