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면서 자산운용사(투신)들이 오랜만에 매수 주체로 등장했다.

코스피지수는 15일 4.07포인트(0.20%) 하락한 2010.52에 장을 마쳤다. 중국 인플레이션 부담이 줄며 장중 2030선에 근접했으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내림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하루 만에 521억원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자산운용사는 1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운용사의 순매수가 이날은 미미했지만 11일 1589억원,14일 1345억원 등 사흘간 3000억원을 웃돌았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날 프로그램 차익 순매도가 3500억원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운용사의 실질적인 순매수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펀드로 자금이 들어와 매수 여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엔 국내 주식형펀드로 2553억원이 순유입돼 작년 5월26일(2737억원) 이후 가장 컸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6거래일 중 5일간 자금이 들어오면서 누적 유입액은 7185억원으로 8개월 만에 순유입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증시는 기간조정을 좀 더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상승 피로감이 남아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해 내달 초순까지는 박스권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본부장도 "선진국에 비해 이익모멘텀이 좋지 않다"며 "장이 빠지면 저가 매수가 들어와 장을 받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운용사들은 정보기술(IT) · 금융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사흘간 순매수 종목은 LG전자 삼성전자 하이닉스 삼성SDI 등 IT주와 KB금융 우리투자증권 신한지주 등 금융주에 집중됐다.

김 본부장은 "연초 상승폭이 컸던 정유 · 화학주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금융 · IT 등을 사들여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도 "IT나 금융주가 주가 수준에 부담이 없어 보인다"며 "IT는 선진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볼 수 있고 금융은 금리 인상과 같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초과 수익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