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발급이 다시 급증하고,특히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카드가 남발된 것으로 나타나 '제2의 카드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1억1494만장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8% 늘었다. 카드대란이 터지기 직전인 2002년 말의 1억488만장을 1000만장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 카드 수는 4.59개로 카드대란 직전 4.57장을 넘어서며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문제는 저신용자에 대한 신규 발급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주의등급'인 7,8등급에 대한 지난해 3분기 카드발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 늘었고 '위험등급'인 9,10 등급도 1년 전에 비해 27% 증가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 증가가 2003년 카드대란 때와 마찬가지로 과잉 판촉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는 점에서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실제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5만292명으로 1년 사이에 무려 43.7%나 늘었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법 영업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모집비용도 크게 늘어 카드사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총수익의 4분의 1을 마케팅에 썼다.

게다가 카드를 통한 신용대출인 카드론의 경우 2009년 1~9월 1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7조9000억원으로 40.1%나 늘어났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카드론 증가는 가뜩이나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대출의 채무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제2의 카드대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카드대란 때와는 달리 연체율이 안정적이어서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장둔화로 올해는 많은 수의 일자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추가 금리인상도 예상돼,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늘면서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마침 당국이 카드사의 과당경쟁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당국은 카드발급과 판촉 등에서 불법 부당여부를 철저히 조사, 문제가 있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초기대응이 늦어져 사태가 커졌던 카드대란 당시의 우를 반복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