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 교사(49)는 16일 "주변에선 건강을 해친다며 더 이상 자격증 따기를 만류하지만 주특기인 전기 전자 소방 관련 자격증을 모두 따내 이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갖고 있는 국가자격증은 모두 43개.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격증을 보유 중이다.

그는 연내 전자,소방설비기계,설비보전 등 3개 분야 기사 시험에 도전키로 했다. 이미 기술고시에 버금가는 기술지도사(전기전자 분야)에다 전기공사 · 전자기기 · 전기기기 등 3개 기능장 자격증을 보유 중이지만 그는 이보다 수준이 낮은 기사 시험 합격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고 걱정이다. 기능장은 산업경력과 실무 능력이 우선시되는 반면,기사는 이론 중심으로 대졸자 수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구 영남공고 야간부 전기과를 다닌 것 외에는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이론은 독학으로 해결했다. 이로 인해 전기공사기사의 경우 2차 시험만 7번 도전한 끝에 합격하기도 했다.

"가난을 이겨보겠다며 낮에는 신문을 배달하고 밤에는 3시간 정도 자가며 자격증 공부에만 매달렸어요. 이렇게 해서 난생 처음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두 개나 땄고 현대중공업에도 들어갈 수 있었죠."

그는 제26회 전기공사 기능장 자격시험에서 수석합격한 1999년 12월12일을 잊지 못한다. 이를 계기로 회사는 인사 가점과 매년 50만원씩의 기능장 자격수당을 신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를 현장 감독자 직급인 기원(技元)으로 승진시키고 2002년에는 기술교육원 교사로 발탁해 전기 전자 정비 관련 교육을 전담토록 했다.

현대중공업에서 현장 직원이 기술교육원 교사로 임명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회사 내 기능장 보유자가 671명에 달하고 기술교육원 내 교사 30여명이 모두 최고 기능인의 반열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공고 졸업 후 30여년간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국내 최고 기술왕을 목표로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에 매달려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도 하루 3시간 정도를 자격증 공부에 쏟아붓고 있다.

"토익 700점,학점 3.5 이상이 안되면 산업현장에서 기술을 배우세요. 대기업 취업 길이 열리고 정년퇴직 이후에도 배운 기술이 든든한 보험 역할을 할 것입니다. " 김 교사는 2008년부터 전문대졸자로 제한하던 기술연수 자격요건이 철폐되면서 기술교육원에 취업하지 못한 4년제 대졸자들이 대거 몰려드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대학생들에게 이같이 주문한다. 그는 자격증 덕분에 퇴직 이후 기술자문료 등으로 연간 4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