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적 네트워크ㆍ비즈니스 지렛대 구축
첨단 기술ㆍ최고의 서비스 광고ㆍ홍보 효과도


산업팀 = "이처럼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기업계의 유엔 총회'인 G20(주요 20개국) 서울 비즈니스 서밋이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120개 글로벌 정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서밋에서 국내 기업계와 재계가 얻은 주요 성과는 무엇일까.

재계 안팎에선 옷깃 한 번 스치기도 어려운 세계 경제계 거물이 대거 방한, 주요 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회동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취약 분야인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을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성과로 최우선 꼽는다.

회의 기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국내 첨단 산업 기술을 대거 선보이는 등 개별 기업 또한 안방에서 톡톡하게 홍보 효과를 올린 점도 거론된다.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및 에너지 관련 주요 기업 CEO들과 잇따라 회동하면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13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면담해 현지 시장 진출 확대 방안을 논의했고, 12일엔 양재동 본사에서 최대 철광석 업체인 브라질 발레사의 호세 아그넬리 회장과 만났다.

그는 앞서 9일에는 하얏트호텔에서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 업체인 독일 보쉬의 프란츠 페렌바흐 회장을 만나 디젤 엔진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신사업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퀄컴의 폴 제이콥스 회장, 시스코의 윔 엘프링크 부회장, 휴렛패커드 리처드 브래들리 부사장 등을 잇따라 접촉했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11일 12개 소주제별로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컨비너(의장)로 선정돼 세계 유력 기업인을 대표해 회의를 주재했다.

최 회장은 12일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과 조찬을 함께한 것을 비롯해 주요 CEO들과 회동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다졌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개발한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의 짐 발실리 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SK에너지 구자영 사장은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에너지 분야 기업의 CEO들을 대거 초청해 조찬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 역시 러시아 1위 철강 원료사인 메첼사와 세베르스탈, 프랑스 알스톰, 브라질 발레, 호주 리오틴토, 덴마크 베스타스 대표를 모두 만났다.

특히 메첼사와는 10일 한-러 정상회담 직후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극동 시베리아 지역의 자원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실리를 챙기기도 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은 서밋 라운드 테이블의 휴식 시간마다 빅터 펑 리&펑 CEO, 고바야시 요시미쓰 미쓰비시화학 홀딩스 사장 등과 일대일로 만나 사업과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신 부회장은 10일 저녁 환영 만찬에서도 디틀레프 엥겔 베스타스 윈드시스템 회장 등 글로벌 기업 CEO들과 대화하며 능숙한 외국어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시티그룹 CEO인 비크람 팬디트와 오찬하며 태양광, 금융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알스톰사 패트릭 크론 회장, 스웨덴 SEB은행 마르쿠스 발렌버그 회장, 로열더치셸 피터 보서 회장 등과도 회동했다.

특히 김 회장은 내내 장남인 김동관 회장실 차장과 동행하며 글로벌 주요 기업인들에게 인맥을 넓히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는 기회를 줘 눈길을 끌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외국 정부 수반은 물론 기업 CEO들과 모두 15건의 개별 미팅을 했다.

박 회장은 알스톰과 GDF 수에즈, 보쉬 등의 CEO와 만나 발전 설비, 담수화 플랜트, 건설기계 사업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남미 등 신규 시장 진출에 대한 정보도 나눴다.

또 일본의 이토추, 폴란드 국영발전 유틸리티 회사인 PGE 등 협력 관계가 없던 외국기업 CEO들과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향후 실무 협의를 거쳐 신시장 공동 진출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에게 현지 공장인 두산비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고, 영국 통상장관으로 내정된 HSBC 스테판 그린 회장과도 접촉했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은 브라질 일관제철소 사업 부지로 선정된 세아라주 주지사와 만찬 회동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기업 홍보 효과도 `톡톡' = 삼성은 비즈니스 서밋과 G20 정상회의에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과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리더들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IT의 위상과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의 최신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을 비롯해 3D TV, 노트북, 프린터, DID 등 다양한 IT 기기는 이번 행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3D TV는 'G2'로 꼽히는 중국 정상이 머무는 숙소에 제공돼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에쿠스 리무진을 정상 의전용으로 지원한 것을 비롯해 스타렉스, 카니발, 모하비 등 172대의 차량을 제공함으로써 그에 따른 홍보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는 특히 에쿠스 리무진이 G20 정상들의 의전 차량으로 선정된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또 국내 최초의 고속 전기차 블루온과 모하비 수소연료 전지차, 전기버스, 수소연료 전지버스 등 친환경 차량도 행사 운영에 투입해 그룹의 친환경 기술을 과시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롯데그룹의 롯데호텔은 G20 정상 여러 명에게 숙소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음식을 공급해 귀빈 영접 실력을 뽐냈다.

또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식당 '무궁화'를 새로 단장했는데 개장에 앞서 각국 대사 12명을 초대했을 때 '충격적이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롯데 측은 전했다.

한진그룹은 비즈니스 서밋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CEO와 국가원수들의 항공운송 부문을 맡아 우수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대한항공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