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이 30일 자진 사퇴하고 특별위원회가 구성됨에 따라 신한금융은 외부의 간섭없이 사태를 수습하고 후계 구도를 수립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특위 내부의 분열이 발생하거나 최고경영진이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으면서 관치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는 후계 구도 수립 과정에서 정부 쪽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면 그동안 외풍을 타지 않고 영업에 매진해 온 신한금융 고유의 문화가 퇴색되고 금융산업의 선진화도 후퇴할 수 있는 만큼 특위의 사태 수습 노력과 함께 당국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후계구도, 특위 손에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30일 라 전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에서 자진해서 사퇴함에 따라 류시열 비상근 사내이사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최고경영진 3인방을 제외한 이사회 멤버 9명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는 최고경영진 간 내분으로 빚어진 신한금융 사태를 자발적으로 수습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과 함께 차기 후계구도를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거의 30년간 신한금융을 이끌어온 라 전 회장을 대신할 후임 회장 선정은 이사회의 몫이지만, 회장 선정 방식 등은 특위가 만들게 된다.

특위가 신한금융 임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조기에 후계 구도를 수립할 경우 자율적인 사태 수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위가 내분에 휩싸이면서 자율적인 사태 수습 기회를 잃어버린 채 관치에 맡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이 류 회장 대행의 특위 참가 안에 반대표를 던진데다 이사회 직후 식사자리를 회피하는 등 불만을 표시해 특위가 제대로 굴러갈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치금융 경계해야"
최고 경영진 3인방이 불명예 퇴진 압박을 받는 상황에 처할 경우에도 관치가 개입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내부 출신들이 지배구조 안정에 실패한 만큼 외부 관료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라 전 회장은 회장직을 사퇴했지만, 내년 3월 주주총회 전까지는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특위에서 제외된 라 회장이 이사 권한을 넘어서 인사권에 개입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으며 내달 4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릴 경우에는 이사직 사퇴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이미 직무정지 상태인 신 사장도 동반 퇴진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공모 방식 등을 도입하더라도 낙하산 인사 가능성은 경계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공모 방식이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높기는 하지만, 상당수 금융공기업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낙하산 인사를 포장해주는 역할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한금융이 위기 상황인 만큼 외풍으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오는 것도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다만 최고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민간금융회사인 신한금융의 전통과 특성을 전혀 모르는 관 출신 인사가 낙하산으로 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