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1000선 밑으로 추락했던 코스피지수가 1900선까지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주식을 팔거나 펀드를 환매했어요. 확신을 갖고 장기투자하는 문화가 절실합니다. "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7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신경영관에서 열린 '서강대 · 한경 최고경영자(CEO) 특강'에 강사로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경제의 현안과 투자전략'이란 주제로 강의한 최 부회장은 경제 · 경영학부 학생 200여명에게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원금을 회복하기 무섭게 펀드를 환매하는 고객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장기 분산투자 원칙을 지키며 기다린 고객들은 이익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부회장은 투자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선 글로벌 경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큰 그림'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온 경제패권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가로 넘어가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며 "전 세계 총생산에서 이머징 국가의 비중이 현재 37%에서 10년 후 50%,20년 후에는 6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실물경제를 반영하는 주식시장도 신흥국의 힘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며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31%를 차지하는 이머징 시장 비중은 2020년 44%,2030년에는 5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에서 기회를 찾으려면 한국이나 중국 브라질 등 이머징 시장을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미국 사례를 들며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 잔액은 줄었지만 이머징 투자펀드는 오히려 늘었다"며 "최근 추가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로 이머징 증시가 선진 증시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환율전쟁과 관련,최 부회장은 "자국 통화가치는 약세를 원하면서 동시에 자유로운 자본이동과 정책 독립성을 추구해야 하는 세 가지 고민,즉 '트릴레마'에 빠진 형국"이라며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 내년까지 환율은 국제경제 무대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글로벌 경제의 두 가지 큰 트렌드로 고령화와 소비재시장의 급성장을 제시했다. 최 부회장은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2026년께 진입할 전망"이라며 "내년 초고령화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독일의 경우 65세 이상이 7%를 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는 데 80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26년 만에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이동할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자산배분 전략을 미리 짜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의 해법은 신흥시장의 소비시장 확대에서 찾을 수 있다"며 "중국처럼 생산기지에서 거대 소비시장으로 탈바꿈 중인 이머징 시장에 주목하면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한쪽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면서 다른 눈으로는 미래를 바라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대학생 때부터 목표의식을 갖고 사회 진출을 준비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