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신산업분야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 " 최근 산업연구원이 주최한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한 · 중 산업협력' 국제세미나에서 뤼톄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실장은 중국의 발전수준이 아직은 한국보다 뒤떨어지지만 앞으로는 그 양상이 다를 것이라며 이렇게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을 여전히 시장으로만 여기는 우리 관점이 얼마나 안이한지 경각심을 갖게 하고,중국을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 세미나에서 중국 측은 한 · 중관계가 시간이 흐를수록 상호보완이 아닌 경쟁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중국이 자동차, 전자, 바이오, 신에너지 등 전략적 신흥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력산업만 보면 중국이 다소 밀리지만 신흥산업에서는 중국이 이길 자신이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실제로 자동차만 해도 전기자동차 등으로 급속히 패러다임이 바뀔 경우 중국이 이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이 세계 최대시장으로서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판매자 지위를 목표로 미국과 유럽 중심의 국제표준 구도를 깨뜨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우리의 주력산업들이 캐시카우로서 그 역할을 연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시장의 존재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달리 말하면 우리가 중국시장을 통해 얻는 수혜 때문에 기존산업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본격적인 전환을 추진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처지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중국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한국의 산업정책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고, 송병준 산업연구원 원장은 정부와 기업이 치밀한 밑그림을 그리고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새로운 산업전략을 짜더라도 이를 기업에 강제할 수단은 없다. 결국은 기업 스스로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과의 차별화가 우리의 생존 조건이라면 새 판을 짜기 위한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