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땐 민사 소송 위축 우려"…항소심서 무죄 선고

허위 민사소송을 제기했더라도 명백한 고의가 없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최종두)는 17일 공사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혐의(사기미수 및 무고)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건설업 면허를 대여해줬을뿐 공사계약 당사자가 아닌 점은 인정되지만 단순히 자신에게 청구 권리가 있다고 잘못 인식하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한 것으로 보여 소송사기 미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 사기를 무조건 처벌하면 필연적으로 민사 재판 제도가 위축되고 본질적으로는 민사분쟁인 사안이 형사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며 "자신이 믿는 권리를 과장 표현한 것은 사기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05년 11월27일 경기도 파주시에 지하 2층, 지상 4층의 편의시설을 지으려던 전모씨 등을 상대로 허위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전씨 등과 10억여원의 하청 계약을 한 김모씨에게 건설업 면허를 빌려주고 약간의 대여료를 지급받기로 했지만 하청계약이 해지되자 본인이 공사대금 전액을 받아내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