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유죄 원심 깨고 공소기각

마약투약 혐의자의 모발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됐더라도 검찰이 투약 시기.방법 등을 특정하지 못하면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형사1부(임성근 부장판사)는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10월이 선고된 류모(42)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류씨는 작년 11월 26일 대구 성서경찰서에서 소변.체모 채취요구에 응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 결과 체모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투약 시기.장소를 작년 3월말~4월초로 특정해 기소했다.

그 당시 류씨가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친구와 술을 마셨는데 술에 취하지 않는 등 히로뽕 투약때와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는 진술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류씨는 친구에 의해 '몰래 뽕'을 당한 것이라며 투약 사실을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과학적인 기법에 의해 히로뽕이 류씨 체내에 잔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약일시를 20일 범위로, 투약장소를 광역시 동단위까지, 투약량을 1회분 정도로 특정해 공소제기한 것은 형사소송 절차의 필요사항을 충족했다.

"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고법 재판부는 "공소장의 히로뽕 투약 시기.장소.방법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면서 "심판대상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고 공소제기 절차의 법률을 위반해 무효"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는 '공소 내용은 범죄의 시일, 장소, 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par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