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경기 홈런 `세계기록'을 세운 거포 이대호(28.롯데 자이언츠)가 맹타를 휘두르는 데는 롯데 핵 타선의 직간접적 도움이 컸다는 관측이 많다.

3번과 타자로서 이대호 바로 앞에 있는 지명타자 홍성흔(34)과 선의의 경쟁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강민호와 카림 가르시아의 후방 화력지원이 이대호의 마음을 홀가분하게 한다는 것.
홍성흔은 13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대호와 경쟁을 하는 게 나뿐만 아니라 대호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타점 112개로 1위, 홈런 26개로 2위, 타율 0.356으로 2위를 달리면서 타점을 빼고 모두 근소하게 이대호를 추격하고 있다.

홍성흔은 "내가 앞에서 주자를 다 불러들이면 대호가 `형님은 왜 그러느냐'고 장난을 건다"며 "대호가 안타를 쳤을 때 내가 2루에 있다가 홈에 들어오지 못하면 왜 안 들어왔느냐고도 꾸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선의의 경쟁"이라며 "대호가 있으니까 나도 더 분발하게 되고 대호도 내가 있으니까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는 과거 해결사가 이대호밖에 없어서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로 불린 적도 있었으나 강타자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리그 최고의 핵 타선으로 거듭났다.

올 시즌 이대호(37홈런)와 홍성흔(26홈런), 가르시아(24홈런), 강민호(19홈런)의 홈런만 합쳐도 벌써 100홈런을 넘어가는 데다 그 밑에 있는 전준우(11홈런)도 두 자리 홈런을 넘어섰다.

이대호가 해결하지 않아도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일발장타를 의식한 스윙을 하지 않으면서 타격 컨디션을 지켜가기가 쉬워졌다는 게 코치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대호는 올 시즌 타율이 3월 0.400, 4월 0.348, 5월 0.348, 6월 0.389, 지난달 0.375, 이달 0.364를 기록하는 등 슬럼프를 한 차례도 겪지 않았다.

박영태 롯데 수석코치는 "타자는 타격감이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고 하는 사이클이 있는데 이대호는 타격감이 떨어지는 시기가 올 시즌에 매우 짧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투구를 방망이 중심에 맞히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말을 매번 되풀이하고 있다.

탁월한 유연성과 힘을 지녔기 때문에 중심에 맞히기만 하면 왼쪽과 오른쪽, 중앙을 가리지 않고 타구는 펜스를 넘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호는 "올 시즌 개인목표는 30홈런에 100타점이었는데 이는 이미 초과했으니 남은 시즌에는 안타를 더 많이 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해 더 많은 `무심 홈런'을 기대케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