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중국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한국 등 다른 국가들과 해외 시장에서 동등하게 경쟁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

양안(兩岸) 간 ECFA가 체결된 29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에 있는 주한 대만대표부에서 만난 천융춰 대표(65 · 사진)는 "아시아에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 흐름에 소외된 곳은 대만과 북한 뿐"이라며 "중국과 ECFA를 체결하지 못했다면 주변국으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아시아 주요국의 FTA 상황을 줄줄이 뀄다. 아세안 10개국이 올해 중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과 FTA를 발효했거나 발효시킬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들기도 했다. 올초 아세안과 중국의 FTA 발효로 아세안이 수출하는 석유화학제품은 면세 혜택을 받지만 같은 제품을 대만에서 중국으로 보낼 때는 8~9%의 관세를 물고 있었는데 이번 ECFA 체결로 이 같은 '불평등 경쟁'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것.

하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대만의 FTA 체결 상황을 한국 및 일본과 비교하기도 했다. 대만이 FTA를 체결한 곳은 파나마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지역 5개국이다. 이들이 대만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안 된다. 천 대표는 이번 ECFA 체결로 관세 감면 혜택을 받는 품목은 대만 전체 수출의 4.9%에 불과하다며 한국이나 일본이 FTA를 통해 누리는 혜택에 비할 바 못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에는 이번 ECFA가 대만에 연구개발센터와 지주회사 등을 두고 중국 시장을 공략할 기회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 천 대표는 "이번 협정이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회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중국과 FTA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실현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대만을 우회해서 중국에 진출하는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일본 아세안 등과 FTA를 체결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정은 통일이니 독립이니 하는 정치나 주권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순수하게 경제 · 무역 · 투자만 다뤘다"고 강조한 천 대표는 "양안 간 새로운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만 외교부 주임비서(차관보)를 지낸 뒤 2006년 6월 한국에 부임한 천 대표는 내달 중순 귀임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