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에 점진적으로 출구전략을 이행하라고 권고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자유화하면 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위안화의 추가 절상도 압박했다.

칸 총재는 기획재정부와 IMF가 다음 달 12~13일 대전에서 공동 주최하는 '아시아 21-미래경제의 선도적 주체' 컨퍼런스 참석을 앞두고 지난 28일 워싱턴 IMF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한국 정부가 금융위기에 잘 대응했고,강한 경기 회복도 인상적"이라고 평가한 뒤 "이제는 위기 이전의 정상적인 상황으로 점진적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칸 총재는 하지만 "한국 경제는 출구전략을 너무 빠르게 이행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지금은 아니지만 수개월 후 다가올 수 있는 경기 과열의 위험을 똑같이 갖는 밸런스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재고를 늘리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높아졌지만 이후 발생할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등의 외환위기에 대한 IMF의 과거 처방과 관련, "해당 국민들에게나 경제 성장률 측면(성장률 하락)에서 대가가 매우 컸다는 점은 사실"이라며 "다른 처방을 썼을 수도 있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IMF의 지배구조 개혁에 따라 한국 등 아시아국가에서 차기 IMF 총재가 배출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유럽 국가에서 총재가 나오도록 한 일종의 합의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 "이머징 국가나 저소득 국가들의 총재 배출은 아마도 2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칸 총재는 또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면서도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유연성을 확대했으나 위안화 절상이 급격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정상적인 시장가치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울러 "위안화가 자유화되기 전에는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위안화 자유화와 바스켓 편입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SDR 가치를 창출하는 통화바스켓은 미국 달러화,유럽연합(EU) 유로화,영국 파운드화,일본 엔화로 구성돼 있다. 위안화가 여기에 편입되면 국제 결제통화로 격상되는 것이다.

한편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이날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의 경제상황만 보면 어느 정도 인플레가 예상되는 등 출구전략을 펼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유럽의 디플레 가능성 등을 감안해서 보면 서두를 때는 아니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워싱턴=김홍열/뉴욕=이익원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