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신라의 구법승 혜초(慧超·704~787) 스님이 8세기에 남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한국에 돌아온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29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혜초의 을 오는 12월 17일 개최하는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에 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왕오천축국전》이 일반에게 전시되는 것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4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왕오천축국전》의 대여를 요청,지난 24일 프랑스 국립도서관측으로부터 대여 결정 사실을 공식 통보받았다.

혜초가 통일신라시대에 쓴 《왕오천축국전》은 ‘다섯 천축국을 여행한 기록’이다.현존하는 《왕오천축국전》은 앞뒤가 훼손된 한 권의 두루마리 필사본으로,모두 227행 5893자가 남아 있다.필사본은 세로 28.5㎝,가로 42㎝의 종이 아홉 장을 이어 붙여 만들었으며 첫 장과 마지막 총 길이는 358㎝이다.

8세기 초에 쓰여진 《왕오천축국전》은 한국인이 작성한 최초의 해외 여행기로서,7세기 당나라 현장 법사의 《대당서역기》,13세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14세기의《이븐 바투타 여행기》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중 하나로 손꼽힌다.특히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문화·경제·풍습 등을 알려주는 세계의 유일한 기록으로 그 가치가 높다.

《왕오천축국전》은 1908년 프랑스의 탐험가 폴 펠리오(1878~1945)가 구입한 중국 둔황(敦煌) 막고굴(莫高窟) 장경동(藏經洞) 석굴 문서 속에서 발견됐다.펠리오는 당시 장경동을 지키던 왕원록으로부터 사경류 1500여권(24상자 분량) 등을 사들여 프랑스로 보냈으며,1909년 12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왕오천축국전》 발견 사실을 보고했다.이어 1915년 일본의 다카구스 준지로(高南順次郞)에 의해 혜초가 신라의 승려임이 밝혀졌다.

《왕오천축국전》은 이로써 727년 혜초에 의해 기록된 이후 1181여년 만에 빛을 보게 됐고,128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문명전 시리즈의 하나로 열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은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해 중국 신장(新疆)·깐수(甘肅)·닝샤(寧河) 등 3개 성(省) 10여 개 박물관에서 실크로드 관련 유물 200여점을 빌려 12월18일부터 내년 4월3일까지 전시하게 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