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부서 터키군-반군 교전 계속..22일 6명 사망
터키 총리, 동남부 비상사태 선포 거부

터키군 병사와 가족들을 태운 통근 버스가 22일 이스탄불의 교외에서 쿠르드 반군의 폭탄 테러를 당해 5명이 숨졌다.

후세인 아브니 무툴루 이스탄불 주지사는 이날 오전 이스탄불 교외 할카리에 있는 군인 사택을 출발한 버스가 길가에 매설된 원격조정 폭탄의 표적이 됐다고 아나돌루 통신이 전했다.

이 폭발로 병사 4명과 가족인 딸 1명이 숨졌고, 중상 1명을 포함해 11명이 다쳤다고 통신이 전했다.

이번 테러는 터키군과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에 근거지를 둔 PKK 반군 사이에 교전이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날 오전 동남부 디야르바크르주(州)의 시르반 초소에서 터키군과 반군 사이에 교전이 발생, 터키군 1명과 반군 5명 등 모두 6명이 숨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울러 터키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20일 반군 7명이 이라크 영토에 있는 근거지에서 이탈해 투항했다고 밝혔다.

터키군은 지난 16일 지상군이 이라크 국경을 넘어 반군 소탕에 나서는 `월경 작전'을 2년 만에 재개한 데 이어 지난 19일부터 사흘 연속 이라크 영토 안에서 반군 소탕 작전을 펼쳤다.

지난 주말 `월경 작전'에서 터키군 병사 11명이 사망해 지난 3월 이래 사망자 수가 54명으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비상사태 선포는 테러리즘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군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터키 남동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테러리즘에 대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쿠르드족 민주적 구상'을 포기하는 건 우리 국민인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쿠드르족 민주적 구상'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해 가을 26년에 걸친 쿠르드족과의 갈등 해결을 위해 터키 내 쿠르드족의 권리와 자유를 확대하는 구상을 내놓았으나 쿠르드 반군의 공격이 사라지지 않은 탓에 강경 민족주의 세력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 민주적 구상'이 쿠르드족 사회에서 쿠르드 반군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켜 쿠르드 반군의 정치적 입지를 고립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투옥 중인 PKK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이 대화 제의에 대한 터키 정부의 거부를 이유로 대화 노력을 포기한다고 밝힌 뒤 반군의 공세가 거세졌다.

PKK 반군 아흐메드 데니스 대변인은 지난 17일 AFP 통신에 "만약 터키 정부가 공격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터키의 모든 도시를 대상으로 작전을 펴겠다"며 강경 투쟁 의지를 밝혔다.

터키군은 지난 1984년 이래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추구해온 PKK 반군과 전투를 지속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4만여 명이 희생됐다.

PKK 반군은 터키와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에서 테러단체로 규정돼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