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C의 탄생과 진화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세우는 비전과 전략 가운데 성과를 도출하는 데 성공하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최고의 인재들로 팀을 구성해 만든 비전과 전략이 왜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것일까. 이유는 많다. 조사에 따르면 우선,만들어진 전략 자체에 만족하는 경우가 45%에 불과하다. 또 전략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단 23%에 불과한 것도 원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전략 실행에 책임을 지고 있는 직원들 가운데 전략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겨우 5%에 불과하다. 실행에 옮겨야 할 사람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BSC(Balanced Score Card · 균형전략실행체계)는 이와 같이 비전 및 전략과 실행으로 이어져야 할 성과 창출의 '끊어진 다리'를 연결해 주는 경영 도구다.

BSC는 199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캐플란 교수와 경영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노턴 박사가 만들었다. 처음에는 지식정보화시대에 재무적인 성과를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조직 관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고객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등 비(非)재무적인 성과까지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이를 통해 회사 상층부에서 세운 비전과 전략이 일선 직원들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고 실천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모델이 BSC다.

최근 캐플란 교수는 전략실행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BSC를 발전,진화시켰다. 전사의 비전과 전략을 각 사업부 및 지원부서(인사,재무,IT 등)와 연계시키고,개인까지 전략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전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전략체계도(strategy map),비전 및 전략 수립부터 실행,평가와 전략 업그레이드를 연계시키는 XPP(execution prepium process · 전략실행프리미엄프로세스)도 개발했다.

BSC가 기업 경영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전 조직이 장기적이며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전략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단기적이며 통제와 관리 중심의 기존 관리 시스템을 전략 관리 시스템으로 한 단계 발전하도록 유도한다.

둘째,전사 핵심 전략이 사업부 조직부터 인사 IT 재무 등 지원조직까지 긴밀한 연계를 갖고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지원함으로써 하부 및 지원 조직의 기능이 핵심 전략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각 부서의 전술과 업무들이 전략을 중심으로 재정렬되는 효과도 나타난다. 끝으로 전략을 학습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한다.

이 같은 특징을 가진 BSC는 탄생한 지 20년이 안 되는 역사 속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76%가 BSC를 도입했고,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10%가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지난 75년간 도입된 가장 중요한 경영 개념의 하나로 BSC를 선정했다.

#BSC의 구성요소

BSC는 전략체계도(strategy map),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 KPI),목표치(target),실행과제(initiative)로 구성된다.

◇전략체계도

전략체계도는 전략요소의 인과관계를 재무,비재무 관점에 따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BSC의 관점은 △재무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등 네 가지다. 이들 관점을 쉽게 이해하려면 나무를 생각해 보면 된다.

'재무 관점'은 나무의 열매에 해당한다. 기업의 열매인 재무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고객 관점'은 가지에 해당한다. 가지가 풍성할수록 많은 열매가 맺히는 것과 같이 고객이 많을수록 재무적인 성과가 좋아지는 연관관계가 있다. '내부 프로세스 관점'은 줄기와 뿌리다. 가지가 풍성해지기 위해서는 튼튼한 줄기와 뿌리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적으로 탁월한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습과 성장 관점'은 인적 자산,조직문화,지식 자산과 같은 무형자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무가 심어있는 토양에 해당한다. 아무리 건강하고 좋은 나무도 오염됐거나 영양분이 부족한 토양에 심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말라죽게 된다.

조직 내에 아무리 좋은 비전,전략,다양한 혁신의 도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사람과 조직의 문화가 준비돼 있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으로 전략체계도를 구성하게 되면 전략의 완전성을 검증하고 전략의 스토리 텔링을 통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하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

전략의 완전성을 검증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전략이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으로 재무관점,'어디서 경쟁하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고객관점,'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내부 프로세스 관점,'경쟁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학습과 성장관점을 구성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질문이 전략의 완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이며,전략체계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담게 된다.

◇핵심성과지표와 목표치 설정


전략체계도를 작성한 뒤에는 전략의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를 도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핵심성과지표가 성과나 업적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전략의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선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조직이 BSC를 도입했지만 활용과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평가만을 목적으로 사용,전략실행체계로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핵심성과지표의 또 다른 역할은 전략의 달성된 상태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략체계도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강화,전략 실행을 담당하는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핵심성과지표를 도출한 뒤에는 목표치를 설정한다.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은 전략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기대수준을 명확히 정의하는 작업이다. 또 정해진 시간 내에 핵심성과지표가 도달해야 하는 정량적인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핵심성과지표와 1 대 1로 연결된다. 특히 전사적인 목표치를 각 하위부서와 개인에게까지 연계하는 작업을 통해 조직을 구성하는 각 개인이 전략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 체계를 만드는 것도 이 단계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많은 직원들은 조직의 원대한 목표를 보고 들을 때마다 "나는 이 일과 상관없는 것 아닌가?" "내가 지금하고 있는 일이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전사의 목표를 팀과 개인까지 연계하는 체계를 구성함으로써 조직원들이 보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실행과제

BSC의 마지막 구성요소는 실행과제다. 실행과제는 현재의 목표수준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수준의 차이를 축소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프로젝트다. 캐플란 교수에 따르면 BSC도입 후 실패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실행과제 도출에 실패한 것이 공통점이다. 핵심성과지표와 목표치까지 모두 도출한 뒤 실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하는 일에 대한 구조적인 조정이 필요한데,많은 조직이 과거에 진행하던 업무를 변화없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직원들은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의 우선순위가 조정되지 않은데다 여전히 비부가가치 업무가 줄어들지 않았다며 불만을 보이게 된다.

자원배분 문제도 실행과제가 실패하게 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주요한 실행과제는 예산과 인력이 추가적으로 배정돼야만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10시간 하는 배송시간을 2시간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에 이 일을 하던 동일한 인원이 열심히 한다고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IT의 지원도 필요하고,때로는 혁신적인 변화프로그램도 동반돼야 한다. 그러므로 실행과제 도출과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목표의 차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비부가가치 업무를 축소하고 중요한 과제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도 경영자들이 체계화해야 할 과제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기록되지 않은 것은 측정할 수 없고,측정할 수 없다면 경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BSC는 전략의 실행을 위해 구체적이며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핵심적인 경영 도구다.

정종섭 웨슬리퀘스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