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프링캠프 초반 두산 타자 가운데 가장 페이스가 좋은 선수는 최준석(27)이었다.

2009시즌 3할 타율(0.302)를 치면서 94타점을 올린 상승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1월말 수비 훈련 때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왼쪽 어깨가 빠지면서 부상했다.

생각지 못한 복병을 만났지만 최준석은 귀국하지 않고 전훈 캠프에서 재활에 힘쓰다가 시범경기 막판에 1군에 합류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어깨를 다친 후유증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호쾌한 스윙을 하지 못하게 된 최준석은 시즌 초반 정교하게 밀어치는데 집중했다.

평소보다 장타는 줄었지만 타율은 높아졌다.

그러다가 5월 들어 날씨가 풀리면서 어깨 상태까지 좋아졌다.

체중도 15~20㎏을 줄인 최준석은 마음껏 당겨치면서 장타가 터졌고 타점도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주 활약이 눈부셨다.

6경기에서 23타수 14안타(타율 0.609)를 친 최준석은 홈런 1개와 타점 6개까지 곁들였다.

넥센과 한화의 연속 3연전 동안 경기마다 안타를 두 개 이상씩 뽑아냈다.

특히 4일 한화와 경기에서는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4안타에 타점 1개를 따냈다.

6일 한화와 경기에서도 0-0으로 맞선 3회 1사 만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날도 3타수 2안타를 때렸다.

덕분에 롯데 이대호(0.354), 팀 동료 이종욱(0.353), 삼성 박한이(0.349) 등 최근 가파른 페이스를 보이는 쟁쟁한 선수를 제치고 타격 1위(0.363)에 올랐다.

최준석이 프로 데뷔 후 타격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생애 첫 타격왕 타이틀도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상황이다.

5번 최준석이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3번 김현수, 4번 김동주가 버틴 클린업트리오의 파괴력도 크게 나아졌다.

최준석은 결승타 6개를 날리고 득점권 타율도 0.375를 치면서 '해결사'의 면모도 과시하고 있다.

다만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최준석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지난달 24일 발표된 대표팀 60명 명단에서 빠졌다.

아쉬움을 뒤로 한 최준석은 이제 "팀 우승이 유일한 목표"라며 방망이를 곧추세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