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전직 고위관료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화웨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수석 변호사이면서 국가안보회의(NSC)고문으로도 활약했던 존 벨링거(로펌 아놀드앤포터의 파트너)를 최근 영입했다. 이와 함께 워싱턴의 다른 로비스트들도 고용했다.

화웨이의 이번 행보는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하는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맞는 역풍을 피하기 위해 로비스트까지 동원할 만큼 세련되게 현지화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웨이는 중국 기업이라는 한계 외에도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이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화웨이는 2008년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3콤을 인수하려 했으나 "펜타곤(미 국방부)의 네트워크 방화벽에도 사용되는 3콤의 첨단 군사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미 재무부 산하 대외투자위원회(CFIUS)의 제동으로 실패한 바 있다. 3콤은 이후 휴렛팩커드가 인수했다.

최근엔 중국의 한 기업이 네바다에 있는 미국의 광산업체인 퍼스트골드 인수에 나섰다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자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모토로라의 일부 사업부문 인수를 추진 중인 화웨이는 로비를 통해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겪는 이런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중국 정부도 매년 수백만달러의 로비자금을 뿌리면서 자국에 적대적인 미 의원들을 친중파로 돌려세울 만큼 로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 · 경제대화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대한 중국 투자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인도에선 주재원들로 하여금 명함에도 현지어로 된 이름을 사용하는 한편 현지 전통의상을 입고 지방 축제에 참가하도록 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중국산 통신장비 수입금지 조치로 수출길이 막힌 화웨이의 돌파 전략이라고 FT는 전했다. 화웨이는 특히 인도 정부의 안보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