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벨라루스축구] 한국, 벨라루스에 무득점 석패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축구 대표팀이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맞붙을 그리스의 가상 상대인 벨라루스에 패하면서 최근 A매치 4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허정무(55)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의 쿠프슈타인 아레나에서 열린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후반 7분 세르게이 키스리아크에게 내준 결승골을 끝내 만회하지 못해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대표팀은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2-0으로 꺾은 이후 이어진 A매치 연승 행진을 '4'에서 멈췄고, 그리스의 가상 상대인 벨라루스에 패하면서 본선을 앞두고 완벽한 전술 완성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대표팀은 내달 3일 새벽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스페인과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고 '결전의 땅'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입성한다.

박주영(모나코)과 이근호(이와타)가 지난해 10월 14일 세네갈과 평가전 이후 7개월여 만에 투톱 호흡을 맞춘 대표팀은 세계랭킹 82위 벨라루스를 상대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이 좌우 날개를 맡고, 기성용(셀틱)-신형민(포항) 조합이 중앙 미드필더를 맡아 장신 수비벽 공략에 나섰다.

포백(4-back)은 김동진(울산)-조용형(제주)-곽태휘(교토)-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호흡을 맞췄다.

킥오프 직전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가운데 전반 초반부터 벨라루스의 강한 태클과 압박에 고전한 한국은 전반 7분 박주영의 프리킥으로 공세를 시작했지만 곧바로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뺏기면서 역습을 허용해 위험한 순간을 겨우 넘겼다.

한국은 전반 14분 박지성의 개인돌파에 이은 킬 패스가 수비수 뒷공간을 파고든 박주영에게 이어지는 순간 반칙을 얻어냈고, 기성용이 프리킥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훌쩍 넘고 말았다.

오른쪽 풀백 차두리를 기점으로 이청용과 이근호로 이어지는 빠른 패스로 기회를 만든 한국은 밀집수비에 나선 벨라루스의 두터운 벽을 공략하는데 애를 먹었다.

전반 28분 벨라루스의 공격수 세르게이 키스리아크의 강한 프리킥을 이운재가 몸을 날려 막으면서 실점 위기를 넘긴 한국은 전반 30분 중앙수비수 곽태휘(교토)가 벨라루스의 비탈리 로디오노프와 공중볼을 다투다 왼쪽 무릎을 다쳐 이정수(가시마)와 교체됐다.

한국은 전반 37분 기성용의 오른쪽 측면 프리킥을 이근호가 골대 정면에서 헤딩슛했지만 크로스바를 넘으면서 득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청용, 박지성, 기성용, 이근호를 빼고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김재성(포항), 염기훈(수원), 김남일(톰 톰스크), 안정환(다롄스더)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과 최종 엔트리 제출을 앞두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전반 동안 공격진의 유기적인 호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한국은 후반에도 활로를 제대로 찾지 못했고, 오히려 후반 7분 만에 결승골을 내주면서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벨라루스는 안톤 푸틸로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고 나서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볼을 내주자 키스리아크가 지체없이 왼발슛으로 한국의 왼쪽 골 그물을 흔들었다.

포백 수비가 모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방어가 되지 못해 쉽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국은 후반 17분 이정수-조용형 중앙 수비라인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은 벨라루스의 비탈리 로디오노프에게 단독 기회를 내줬지만 슛이 왼쪽 골대를 벗어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후반 26분에도 신형민이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을 뺏겨 곧바로 역습을 내줬고, 곧바로 로디오노프가 바로 슛을 했지만 다행히 볼이 이운재의 가슴에 안기면서 또 한 차례 실점 위기를 넘겼다.

허 감독은 후반 28분 박주영을 빼고 이승렬(서울)을 마지막 교체 카드로 사용했고, 이승렬은 후반 30분 김재성의 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에서 김남일에게 교묘한 백패스를 내줬다.

순간 김남일이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반대편의 안정환이 골 지역 오른쪽에서 발리슛을 시도한 게 골대를 벗어나면서 결정적 골 기회를 날렸다.

한국은 후반 막판까지 답답한 경기를 이끌었고, 후반 36분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마저 위력 없이 골키퍼 가슴에 안겨주면서 무득점 패배를 떠안고 말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이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태극전사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봤다.

(쿠프슈타인<오스트리아>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