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회복과 그림값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미술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미술시장이 침체 기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림값도 전반적인 강보합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백남준 등 전통적인 인기 작가와 해외 유명 작가에 수요가 몰리고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2~3년간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인기 작가들의 작품은 '바닥 심리'가 작용해 매수세가 붙으면서 가격이 소폭이나마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또 그동안 그림값이 크게 떨어졌던 젊은 유망 작가들의 작품도 호가가 서서히 오르고 있어 하반기에는 2005~2006년 수준까지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장밋빛 해외 시장

소더비를 비롯해 크리스티,중국 자더(嘉德) 등 해외 경매회사들의 실적 호전으로 국내 미술시장도 회복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달 들어 뉴욕과 베이징 경매시장에는 파블로 피카소,앤디 워홀,장다첸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최고가 기록을 양산하며 1조6400억원 상당의 '뭉칫돈'이 몰렸다.

크리스티는 지난 4~5일 뉴욕 인상파 작품 경매와 11~12일 현대미술 경매에서 평균 낙찰률 81.2%를 기록하며 6860억원어치의 작품을 팔아치웠다. 이는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11월 낙찰률(50.5%)보다 30%포인트 이상 수직 상승한 것.낙찰 총액도 당시 뉴욕 경매(4억1000만달러)보다 1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소더비도 지난 5~6일과 12~13일 경매에서 평균 낙찰률 84.2%를 기록하며 59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미술시장도 금융위기 이전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 경매회사 자더가 지난 17일 실시한 근 · 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서는 출품작 1100점 가운데 1000점이 팔려 낙찰률 91%,낙찰 총액 370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2008년 말 이후 최대 규모다.

◆엇갈리는 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국내 미술시장이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하는 미술품 양도세 부과에 따른 시장 조정 기간에 대해서는 약간씩 의견을 달리했다.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미술품 구입층 확대,신진 · 중견 작가들의 약진,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의 호재와 미술품 양도세 부과,유럽발 금융위기,북한 리스크,세계 경제 더블딥 우려,부동산 시장 위축 등의 악재가 뒤섞이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9~10월께에는 '큰손' 컬렉터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개미 컬렉터들도 '사자'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진수 미술연구소장(강남대 교수) 역시 "일부 인기 작가들의 작품값이 미세 조정을 거친 만큼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이 급속히 회복되고 있어 연말쯤에는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반면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국제시장에 비해 국내 미술시장의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은 내년부터 6000만원 이상 작품(작고 · 외국 작가)에 대해 양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라며 "양도세 부과 연기 문제가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조정은 더 길어질 수 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작품 가격은 보합 안정

하반기 이후 미술시장은 급격한 작품값 상승세보다는 경매를 중심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올 하반기에 큰 틀에서는 '큰손'들의 자산 배분 차원에서 그림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이뤄지겠지만 2007년처럼 작품값의 가파른 상승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최근 이우환 김종학 등 인기작가들의 작품값이 강보합세로 돌아섰다"며 "하반기 전체적으로는 경매시장에 2000억원가량,아트페어에 300억원 정도의 자금이 몰리면서 그림값이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현재 국내 그림값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하반기에는 기대 수익률을 다소 높이는 '전략 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